하루종일 아무 계획도 없는 날. 오늘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며 느리게 아침을 먹습니다. 그냥 넷플릭스 드라마나 정주행 하며 소파와 혼연일체 된 하루를 보낼까도 싶지만, 무심하게 오물오물 음식을 씹으며 시선은 이미 창 밖을 향해 있는 걸 보니 마음은 이미 외출 중인가 봅니다.
‘로즈, 어디 가고 싶어?’
인스타그램에 저장해 둔 취향저격 카페 리스트를 들여다봅니다. 빵 굽는 냄새로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고, 적당하게 쌉싸름한 커피 맛으로 감각을 깨우며, 혼자 노는데 방해받지 않을 구석진 공간이 있는 곳. 까다롭게 장소를 비교하며 눈알이 빠지게 목적지를 물색해 보지만, 이내 가장 익숙한 동네 카페로 마음을 정합니다. 낯설고 새로운 공간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나를 아무말 없이 익숙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공간에 마음이 더 끌립니다.
‘로즈, 이제 나가볼까?’
집 안이나 다를 바 없는 차림새로 밖을 나왔습니다. 헐렁한 후드티에 털이 달린 슬리퍼. 손끝이 살짝 시린 정도의 서늘함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가 이불속에 파묻혀 버릴까 했지만, 생각과 다른 경쾌한 발걸음에 따라 몸이 움직여집니다.
‘로즈, 춥진 않니?’
나는 나에게 자꾸 말을 걸고 있습니다. 어쩌면 카페로의 외출은 단순한 핑계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누군가와 대화가 필요했을까요? “로즈, 오늘 어땠어? 괜찮니?”와 같이 사소하지만 참으로 다정한 물음이 필요했던 걸까요? 일상의 안정은 곧 완벽함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나 자신에게 치열함을 강요하며 살다 보면, 어떤 날은 다른 사람에게나 베풀던 따뜻함을 나에게 나눠 주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지친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질 테니까요.
“짤랑짤랑”. 카페 문에 달려 있는 종소리가 울리자 낯익은 여주인이 미소로 화답합니다. 키오스크 주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여주인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커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따듯한 아메리카노 고소한 맛. 오래 전 유행했던 광고의 카피 문구_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의 현실판_ 나의 일상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타인의 따듯한 배려 입니다. 테니블 위에는 오래 앉아 있어도 괜찮다는듯 노랑 불빛의 작은 조명이 켜져있습니다. 오늘 하루의 작은 틈새는 타인의 소소한 배려로 꼭꼭 채워져서 마음이 녹녹해졌습니다.
뜨거운 커피에 입술을 살짝 대봅니다. 입천장이 데일까 조심스럽게 한 모금 머금는 순간, 미세하게 퍼지는 고소하고 쌉싸름한 풍미가 마음 깊숙이 스며듭니다.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커피의 온기가 몸으로 전달되는 속도처럼 느슨하게, 계획 없이, 완벽해야 할 것이 필요 없는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나에게 다정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