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에게 ‘열정적’이라고 합니다.
딱히 그래 보이려고 애쓴 적도 없는데, 만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사람조차 내게서 ‘열정’이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라면, 아마도 그런 이미지를 타고난 것이 있는가 봅니다. ‘열정적인 이미지라…’ 그럼 뭔가 늘 에너지가 넘치고, 운동감각도 뛰어나며, 건강미가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걸까요?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저는 4년째 여전히 헬린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PT 선생님이 런지나 스쿼트를 시키실까 봐 불안과 공포가 먼저 찾아오는 사람이 바로 저니까요.
열정적인 사람이라면 눈앞의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해결의 의지를 다지는데 주저함이 없고, 낯선 일에 도전하는데 망설임이 없는 사람이어야겠지요? 그런 의미라면 제가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이지 너무 연약하고 늘 부족하며, 겨우 버티고, 겁도 많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구멍이 많은 미숙한 나를 보완해 줄 누군가를 별로 경험하지 못한 채 살아온 결과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나를 지탱해 줄 외력을 그다지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저는 그저 제 스스로 끝까지 버텨내며 살아와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열정은 누군가가 부여한 찬사가 아니라, 어떻게든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내 안에서 꾸역꾸역 끌어올린 치열함에 더 가깝습니다. 꺼져버릴 것 같은 작은 불씨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겨우 지켜내며 살아온 흔적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열정’이라고 부르지만, 저에게는 그저 ‘나’를 지키며 살아온 방식일 뿐입니다.
오늘도 갈까 말까 천 번을 고민하다가 겨우 헬스장에 갔다 왔습니다. 러닝머신에 올라서서 그야말로 열.정.적.으로 달린 지 5분 만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났으니 됐네, 이제 집에 가도 되겠다”라는 합리화가 머릿속에서 줄지어 대기합니다. 사실 진짜 싸움은 근육과의 싸움이 아니라,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의 줄다리기입니다. 그런데도 바쁜 일상 속에서 운동 루틴을 억지로라도 지키는 저를 보며 사람들은 또 말합니다. “참 열정적이세요.”
그렇게 느닷없이 ‘열정적’이란 찬사를 받을 때마다, 몸이 근질거리고 숨고 싶은 건 왜일까 생각하며 이렇게 끄적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열정적’이라는 말을 칭찬으로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그것이 제 실제 모습과는 어딘가 어긋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제게 열정은 멋지게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라, 꺼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는 촛불에 가깝습니다. 남들은 뜨겁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정작 제 안에서는 “언제 꺼질까” 노심초사하는 작은 불빛 말입니다.
남들이 보는 화려한 불꽃은 없지만, 오늘도 흔들리며 꺼지지 않고 버텨내는 이 작은 촛불이야말로 제 안의 진짜 열정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