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하다. 세월이 흘러도 나는 여전히 같은 것을 좋아한다. 교복 입던 10대의 학창 시절부터 40대의 현재까지 시절과 상황에 따라 진해 지거나 옅어지긴 했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같다. 공통점을 찾자면 제약이나 제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다.
운동으로 치면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달리기와 요가를 좋아하고 인물로 치면 르 코르뷔지에, 안도 다다오, 무라카미 하루키, 스티브 잡스, 김영하 작가의 세계를 사모한다. 재밌는 건 이분들끼리 나름의 연결 고리가 있다는 것이다. 독학으로 건축을 한 안도 다다오가 영향을 받은 건축가가 르 코르뷔지에였으며 스티브 잡스가 사랑해 더욱 유명해진 의자가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이라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토너이며 매일 정량의 글을 규칙적인 일과에 맞춰 쓰는 근면 성실한 사람이지만 나이키 본사 트랙에서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황당한 사람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는 심플함에 대학 집착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희대의 인재였지만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김영하 작가는 글쓰기가 업이 되기 전까진 반항심과 화가 많았었다고 한다.
각자 업계의 정상에 있지만 통념이나 제약에서 자유하다는 점이 이분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 같다. 전쟁 이후 수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 모델을 처음 도입한 르 코르뷔지에. 정작 그의 보금자리는 4평에 불과했다. 스티브 잡스의 심플함에 대한 집념은 삶 그 자체였다. 애플 출시 기기, 신제품 출시 발표 그리고 그의 아웃핏까지 과함이 없다. 김영하 작가의 사고는 통념을 벗어나 통쾌하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면 내가 정말 힘을 발휘해야 할 때 쓸 에너지가 없다." "직장에서 사람 관계로 힘든 건 본인 성격 탓이라기보다는 아직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등의 말을 들었을 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사회 초년생이었을 땐 그게 싫어서 어떻게든 나를 맞추고 바꾸려 했다. 특히 조직생활을 해야 했을 때는 더더욱 그랬었고 그 과정이 무척 고통스러웠었다. 무엇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던 시절 나를 숨 쉬게 하고 살리기 시작한 건 책 읽기였다. 다른 사람들의 사고와 시야를 통해 나에게만 집중되는 시선을 거두자 한 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또 다른 하나는 내 솔직한 마음을 여과 없이 적어내는 일기 쓰기였다. 그간 읽기의 비중이 훨씬 더 많았지만 독서가 깊어질수록 쓰기에 대한 열망이 커졌고 쓰는 날이 쌓여가면서 책 출간에 대한 희망까지 이어졌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은 그 바람의 현실적 시작점이었다.
블로그에도 간간이 글을 쓰긴 했지만 '작가'가 되어 특정 플랫폼에 글을 게재하는 것은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앞으로 어떤 글로 내 브런치와 매거진 그리고 북으로 채울지 부지런히 생각들을 정리 중이다. 설렌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리고 아직도 기분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