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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키 Jul 07. 2022

Surveillance vs. Supervision

조직이 직원에게 가져야 할  시선

 HR 근무 시 미국 본사의 임직원 장학금 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었다.  조직개발팀, 보상팀, 회계팀, 법무팀의 협업이 필요한 프로젝트. 영어 소통은 가능하지만 조직생활과 HR경험이 전무한 내가 진행하기엔 과분한 업무였다. 오죽하면 회사 생리에 빠삭한 절친이 그 회사가 너 되게 내보내고 싶나 보다고 까지 말했을까.


회사 업무에 대한 이해가 없던 나는 해당 제도의 도입으로 한 실무의 복잡성과 고충을 전혀 알지 못했다. 본사 자금으로 우리 직원들 대학원 비용 지원하겠다는데  협업은커녕 어떻게든 발을 빼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회사 내부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막바지엔 홍콩 Regional Office HR Manager로부터 그렇게 깐깐하게 굴 거면 제도 도입하지 말아라. 직원들 도와주겠다는데 그렇게 제약을 많이 거는 이유가 뭐냐. 며 전화로 언어 총알 세례를 몇 십분 받았다.


영어 소통이 된다는 이유 하나로 맡게 된  프로젝트로 인해 나는 한국지사와 글로벌 지사 양쪽에서  탈탈 털렸다. 의미 있는 하면서 그렇게 욕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걸 그때 호되게 익혔다. 결과적으로는 제도 도입이 되어 인 당 한 해 천만 원 총 6명이 6천만 원의 수혜를 입었지만 나는 완히 소진되었다.


제도 도입 시 가장 골치 아팠던 건 동일한 제도를 두고 한국지사는 직원들에게 거는 제약이 훨씬 까다로웠다는 점이다. 미국 본사나 홍콩 심지어 다른 해외 지사들도 신기하리 만큼 제도가 심플했는데 한국은 장학금 대상이 되는 것도, 받는 과정도, 혜택 수여에 대한 근속연수 규제까지 복잡하고 까다롭기가 그지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해외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이 부러웠다. 저 사람들은 조직이 직원을 믿어주는구나. Transparency와 Trust가 기반이 될수록 제도는 심플하다는 것도 그때 배웠다. 직원을 관리하고 위하는 것. 감독과 감시 중 한국은 아쉽게도 감시에 더 비중이 많이 실리는 것 같다.


벤치마킹한다고 넷플릭스 직원에 대한 보상제도를 스터디 하지만 정작 도입 가능성은 희미한 현실. 사람은 믿어주는 만큼 성장한다.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안전장치가 생겨난 것일 수도 있지만 가이드 대신 감시와 통제가 자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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