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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키 Jan 01. 2024

스스로를 응원하며 시작하는 새해 첫날

새해 첫날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크든 작든 다양한 계획들을 다이어리에 적어가며 이번 해에는 어떤 새로운 도전으로 라이프 로드맵을 채워 나갈까? 라며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던 때가 있었다. 덕분에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경험으로 삶을 면면을 칠해 나갔지만 때론 그 계획들이 마음의 족쇄가 되어 스스로를 다그친 날도 많았다. 왜 이건 못했지? 아. 너무 게을렀다. 혹은 역시 역량 부족인가? 잘 해낸 것도 많았는데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엔 늘 해내지 못한 것들에만 신경이 집중되었다.


특히  30대 후반 영어전문가에서 HR 조직개발팀 합류로  커리어 전환을 맞았을 때는 목표도 높았고 좌절의 폭도 더 크고 잦았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했을 자기 성찰을 그 시기에는 거의 월 단위, 주 단위, 그러다 일 단위까지 내려가하게 되었다. 일이 안 풀릴 때는 나의 열심히나 요령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런 시기 일 수도 있는데 그때는 유일한 스스로의 버팀목인 성실성만큼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게 없었다. 자발적 야근과 주말 근무가  일상이었던 시기. 그럼에도 일은 계속 꼬여만 갔다. 퇴사를 결정하고 마지막 한 달 나는 거의 매일 사내 gym을 들렀다.


자발적 퇴사였지만 그간 쏟은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나의 최선과 열심이었지만 무엇을 해도 패배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런 기분으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복지 중 하나였던 사내 피트니스 센터로 매일 출근했다. 특별한 운동을 한 건 아니고 그저 tredmill에서 20분 정도 걷고 샤워한 게 다였는데 신기하게 그때 다시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았다. 솜처럼 무겁던 몸과 마음이 오전 걷기 운동으로 가벼워지기 시작했고 긍정적인 생각도 다시금 들기 시작했다.


그때 너무 지칠 땐 스트레스 해소도 마음의 힐링도 좋지만 몸을 움직이자는 다짐을 했던 것 같다. 23년도 소처럼 일한 한 해였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어떻게든 주 2회 꼭 운동을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아주 잔잔한 강도의 운동이었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떻게든 운동을 다녀오면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그날의 마무리를 나아진 기분으로 할 수 있었다.


 새해 계획은 더 이상 세우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스스로에게 이제는 채찍질을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나름 다짐이라면 앞으로든 를 더 믿고 응원해 주고 싶다. 이번에도 계획형인 나는 혹시나 일이 잘못될 때를 대비해서 여러 계획을 세워두었지만 그 준비들이 무색하게 예상했던 혹은 예상치 못했던 난항들을 겪으며 몸도 마음도 상했다. 예전 같으면 " 네가 자초한 일인데 왜 맘 약한 소리야. 정신 차려"라고 호통쳤겠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래 나 그날도 출근하기 무서워서 현관 앞에서 몇 분간 서 있었지. 내 잘못도 아닌데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의도치 않던 일을 감당해야 할 때도 있었지. 그 땐 속이 너무 상해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어.  매일 최선을 다하면서도 신규업의 특성상 답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 여러 번 놓이게 면서 무력감 속에 허우적거릴 때도 잦았지. 그런데도  도망가지 않았다. 책임감으로 하루하루 그 자리를 성실히  지켜냈다. 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 정도면 충분해. 해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달라지는 건 없겠지. 여전히 일터에 가는 게 겁나고 두려울 수 있어.  걱정해야 할 일도 계속 있을 거야. 그래도 포기는 안 해.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그냥 매일 의 일을 하면 돼. 운동 시간은 꼭 챙겨가면서. 그러면 나머지는 언젠가 풀릴거야. 응원한다 새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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