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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복댕이 Feb 01. 2024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이야기

시간을 즐기자

일찍 출근하는 남편의 간단한 식사



"넌 몇 시에 일어나니?"

"하루가 48시간이어도 모자랄 거 같은데 안 힘드니?"

"다시 그냥 일하고 적당히 하며 살아. 너무 지쳐 보여"


아이의 성장기록 및 나의 일기장 같은 인스타 그램을 보며 지인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기가 겁날 거 같다며 어떻게 그렇게 사는지 자신들은 못할 거 같다며

말하며 대단하다 하지만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해? 라며 약간의 비아냥도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아침에 6시나 7시에 일어나 남편의 아침과 도시락을 준비하고 딸아이 아침을 준비한다.

되도록이면 같이 먹이고 싶지만 사업을 하는 남편의 출근 시간이 매번 달라 힘들기도 했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기관생활을 하지 않는 딸아이는 조금 더 여유롭게 일어나도록 놔두는 

것도 있었다.


딸아이가 일어나기 전 설거지도 하고 바닥 청소도 욕실 청소도 하고 딸아이와 하루 동안 보낼

공간을 정리하고 준비를 한다.


남편이 출근 전 조금 도와주기도 하고 딸아이가 일어나 자신의 물건을 정리해 주기도 한다.

이렇듯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나의 시간은 조금이라도 늘어나기에 하루 시작이 더 즐겁다.


이날 아침은 새우완자탕

전업주부가 되면서 가족들의 음식은

되도록이면 인스턴트가 아닌 홈메이드로

먹이기로 하고 되도록 해 먹이고 있다.

그냥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가고 그걸

찾아내해 주는 걸 즐기는 걸 보면 전업주부가

체질인 거 같기도 하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만들고 예쁘게 담아내서

그 음식을 보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엄마 최고라는 말 한마디에 행복해하는 나를

보며 이게 행복이지 싶을 때가 많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순진하게 그게 행복이냐 하지만 이런 작은 웃음

하나라도 시작되는 날이 그렇게 많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소소한 행복이 주는 즐거움을 즐기고 싶은 게 

주부인 거 같다.


이렇게 오전 시간이 지나가면 딸이 와 함께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학원 가는 날은 학원을 가고 그 남은

시간을 나의 시간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딸아이의 학원 가는 날과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그 시간에 무얼 할 수 있을지 정해 놓는다.

그 시간 동안 같은 학원 건물에서 네일아트를 받거나 마사지를 받기도 하고 차 한잔을 즐기며 책을 보거나

뜨개질을 하기도 하고 노트북을 가지고 나가 기록해야 할 것이 있다면 기록을 한다.

대부분 주부들이 그렇듯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나만의 힐링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지난여름 집에 돌아오는 길 백로들이 쉬며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를 픽업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창밖 풍경을 보며 딸아이와 이야기를 하거나 음악을 듣고 딸아이는

잠시 동안 태블릿을 보며 조잘조잘 떠들며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창밖에 보이는 시골 풍경을 이야기해 주면 같이 바라보며 태블릿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하고 그 모습을 그리고 싶다며 종이를 끄적인다.


시골에 살고 있어 집에 돌아오는 길은 마음의 힐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잠시 자연이 주는 힐링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와 아이와 함께 저녁 준비를 하고 퇴근하는 남편을

맞아 저녁을 먹으며 하루 일과를 이야기한다.

내가 아이와 함께 했던 시간이야기와 남편이 알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와 오늘 남편의 일 이야기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한다.


저녁 준비는 학원 나가기 전 딸아이가 혼자 집중하는 시간 동안에 메인 요리와 저녁에 먹을 반찬을

빠르게 준비해 놓는다. 그런 걸로 보면 남들보다 손이 빠르기도 하다.

서로에게  수고했다. 고생했다 마음을 알아주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되도록이면

즐기려 한다. 모습을 보며 아이가 안정적으로 자라고 가족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길 바라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간을 즐기는 7살 딸아이

이렇듯 주부의 하루는 짧은 듯 길다.

하루 안에 나의 시간이 없어서 슬프다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그 시간 속에 남는 시간을 나의 시간으로 쪼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야기하고 싶다.


얼마 전 책방 책 모음에 나갔을 때 공간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부분의 가정주부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나만의 공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도 되고 그래도 나름 찾으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내가 있는 곳이 나의 공간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없는 것을 있도록 만들 수 없으니 그 공간 속에서 나만의 것을 만드는 것이 나의 정신적인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생각하기에 내가 있는 곳.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즐기자는 편이다.


나를 위한 나의 음식. 혼자라도 정성 들여 만들자

가끔 시간이 짧고 무언가 답답함이 없을 수는 없다.

주부도 사람이기에 한 번씩 밀려오는 무언가에 풀어내고 싶을 때는 가족들에게 부탁을 한다.

그 부탁의 상대는 남편이고 남편도 흔쾌히 들어주어 나가서 알코올이나 커피 한잔 즐기며 속 얘기도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주며 나만의 시간을 길게 즐긴다.

주부의 이야기는 주부들끼리만 아는 것이기에 그 시간을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든 걸 풀어내고 들어오면 다시 나의 주부로서의 루틴이 형성이 되는 듯하다.


우연히 하늘을 보니 하트 구름이 둥둥. 수원 화성에서

주부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걸 알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나의 주어진 시간 속에서 하루에 한 가지라도 즐겁게 하면 좋겠다.


그 짧은 시간이라는 공간을 나 스스로 길게 활용할 수 있는 내공을 키워내는 게 전업주부의 주어진 숙제이기도

한 듯하다. 그걸 알게 되고 즐기는 방법은 내려놓음인데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걸 알면 전업주부의 길이 누구나 쉬울 수 있겠지 생각하며 오늘도 나의 주부 놀이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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