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2
나는 언젠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 이야기가 중구난방이지? 가만히 그냥 끝까지 들어보렴. 내 소설에서는 아까의 그 노인이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가 어떤 아이가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가 그런단다. 예를 들면 이런 거지. 아버지가 그리운 아이들이 있어. 그립다기보다는 ‘궁금하다’에 가까울지도 몰라. 왜냐하면 같이 있었던 시간이 너무 짧았거든. 그냥 그 사람이 누군지, 아버지라는 존재는 어떤 것인지 궁금한 거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를 떠올릴 수는 없어. 왜냐하면 그는 너무 일찍 떠나버렸으니까. 그런데 말했잖아?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어느 날 이 아이들이 아주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는 거야. 아버지의 병원을 아버지의 후배가 인수했고, 그 사람이 내 아버지의 모습을 돈 몇 푼 벌어보는 데 활용(?)했었다는 걸 말이야. 모든 이에게 신뢰받았던 아버지가 계속해서 진료를 보는 것처럼 환자들을 오해하게 만들 목적으로. 그렇게 사람들을 속여 만든 수익은 니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걸 이 아이들이 어느 날 알게 되는 거지. 아빠가 우리를 떠났다는 것도 알지 못할 때에, 내 아버지의 모습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거야. 아무리 애써도 기억나지 않는 내 아버지의 얼굴을 누군가는 이용하고 있었던 거지. 그리고 이어서 씁쓸해지는 것이지. 그때는 어려서 알지 못했고, 이제는 시간이 지나버려서 따져 물을 수도 없으니.
두 번 다시 만날 일 없을 너에게 가끔 묻고 싶기는 했단다. 이 일에 동조하였을 너희 내외에게 가끔 묻고 싶었어.
누군가의 부모였던 너희들은 과연,
다른 부모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니.
다른 집 자식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었니.
니 자식 잘 키우자고 다른 집 아이에게 상처 준 건 아니었니.
한편 말이야 이런 상상도 해보는 것이란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고 했잖아. 그 비밀이라는 게 꼭 상대편에게만 들켜지는 것일까. 너의 가족 중 누군가가 어쩌면 먼 훗날에 이 사실을 알게 되지는 않을까. 나는 만약 내 부모가 그렇게 번 돈으로 내가 먹고 입고 공부했다고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매끄럽게 쓰고 싶었는데 이렇게 투박하게 쓰게 되었구나. 이건 어디까지나 초대장인데 말이야. 아무튼 나는 네가 꼭 이 전시회에 오면 좋겠다.
나는 네가 불행한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단다.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능력 있는 아버지로 내 전시회에 입장하기를 바라. 너를 위한 특별관을 먼저 보고 싶다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1620)’를 찾아오렴. 기억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1620)’라는 그림이야. 그리고 하나 더 기억하렴. 나는 언젠가 글로써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를 완성할 거야,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