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아동도서에 대한 이야기 3
저는 영미 아동도서의 대표 장르인 그림책의 유력한 수상 여부는 작품성의 바로미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 수상한 작품을 골라서 해당 수상이력과 읽기 난이도까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2022년 칼데콧 메달의 수상작은 2018년 칼데콧 아너를 수상했던 그림작가인 제이슨 친(Jason Chin)의 'WATERCRESS'입니다. 이번 수상작의 작가인 안드레아 왕(Andrea Wang)도 2022년 뉴베리 아너를 수상했습니다. 칼데콧 상과 뉴베리 상은 미국 아동 문학의 상의 양대 산맥입니다. 'WATERCRESS'는 칼데콧 상과 뉴베리 상을 수상함으로써 글과 그림에 대한 작품성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미국 아동문학 수상작들 중에 칼데콧 상과 뉴베리 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은 'WATERCRESS' 외에도 두 작품이 더 있습니다. 1982년 뉴베리 메달, 칼데콧 아너 수상작인 'A Visit to William Blake's Inn'과 2016년 뉴베리 메달, 칼데콧 아너 수상작인 'Last Stop on Market Street'입니다. 후자는 국내에 '행복을 나르는 버스'라는 번역서도 소개되었습니다. 아래 두 책들의 커버를 살펴보시면 은색 칼데콧 상 스티커와 금색 뉴베리 상의 스티커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 잘했어요!
여담이지만 하드 커버의 책이라면 마치 '참 잘했어요!'처럼 책 커버에 수상 스티커가 정말 붙어있습니다. 페이퍼백은 표지에 그냥 인쇄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수상 스티커들이 책의 커버 이미지가 일부 가립니다. 그러면 한 작품의 커버를 오롯이 즐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상 스티커 없는 책을 즐기기 위해서 상을 수상하기 전에 해당 그림책의 초판을 구입하시면 됩니다. 아쉽게도 영미 그림책의 구매에서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기엔 그 노력과 비용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작품성의 증거라는 수상 여부를 책 커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 스티커까지 말하다 보니 실제 말하고 싶은 내용은 이제 말하게 됩니다. 우연스럽게도 'Last Stop on Market Street'과 'WATERCRESS'의 렉사일(Lexile) 점수가 AD610L으로 동일합니다. 다만 'Last Stop on Market Street'의 해당 점수는 렉사일을 만드는 회사인 메타메트릭스(MetaMetrics) 사의 공식 사이트에선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AD610L은 아마존과 알라딘에 소개된 수치입니다.
일단 두 책이 렉사일이 동일하다고 믿을 때 정말 읽기의 난이도가 비슷할까요? 다른 읽기 레벨 지수인 ATOS 지수는 어떨까요? 'Last Stop on Market Street'는 미국 3학년 수준인 3.3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WATERCRESS'는 아직 ATOS 지수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읽기 난이도를 공교육 영어의 현재 기준인 2015년 개정 영어 교과과정에서 제시하는 기본 어휘 관련 지침과 기본 어휘 목록의 단어들을 기준으로만 살펴보겠습니다. 결과를 말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단어(word)의 빈도수를 말할 때 단어는 토큰(token)과 타입(type)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토큰의 수는 책 안에 있는 단어 전체의 수입니다. 이에 반해 타입의 수는 단어 종류의 수입니다.
오늘은 공교육에서 만나기 어려운 타입의 수를 확인하겠습니다. 먼저 'WATERCRESS'의 전체 단어 종류의 15.4%를 차지하는 39개의 단어들은 공교육에선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음의 'Last Stop on Market Street'의 8.4%인 30개의 단어들도 역시 만날 수 없습니다. 불일치 비율뿐만 아니라 실제 불일치 타입 개수를 보면 'WATETCRESS'가 'Last Stop on Market Street가 더 읽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WATERCRESS'의 전체 단어수는 500개, 'Last Stop on Market Street'는 765개입니다. (단, 해당 결과의 수치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전체 단어수는 축약 등 일부 기준의 차이로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타입 비율은 기본 어휘에 대한 파생어의 종류와 파생어 적용 레벨 등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과 그림의 작품성을 인정받는 두 작품들의 단어 빈도수 분석을 통하여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상업적 리딩 레벨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왜 그토록 책마다 느끼는 읽기 체감 온도가 다른가에 대한 대답의 실마리를 찾아보았습니다. 상업적 리딩 레벨들이 우리 자녀들이 읽을 책을 고르는 절대적 기준이 아닐 수도 있으니 이런 리딩 레벨 수치에 너무 세세하게 얽매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