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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럭 Feb 09. 2022

Where's Halmoni?

영미 아동도서에 대한 이야기 5

저는 수상이나 추천 여부나 상관없이 영어 그림책에서 한국적인 것을 찾곤 합니다. 이런 즐거움은 크게 세 종류의 부류의 그림책으로 접하게 됩니다. 먼저 한국인 작가가 만든 그림책이 영어로 번역된 작품들이 있습니다.  한국계 영미 국적인 작가가 참여하여 만들어진 영미 아동도서들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계는 아니지만 외국인이 한국의 소재를 가지고 만든 영미 아동도서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한국적인 그림책들 중에 나름 리딩 레벨의 제도권(制度圈)에 안착한 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출처: Sasquatch Books

이번에 소개할 영미 그림책은 줄리 킴(Julie Kim)의 첫 데뷔 작품인 "Where's Halmoni?"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한국적 영미 그림책들 중에서 문장의 길이가 짧고 단어의 수준도 대체로 저학년 수준으로 찾다 보니 이 그림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다 다행히도 렉사일(Lexile)과 ATOS 리딩 지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 손이 간 이유는 문풍지 넘어 있는 호랑이 때문입니다. 호랑이 해를 맞이하여 저 녀석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줄리 킴 작가님은 한국 관련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아주 대놓고 말하는 듯 'Halmoni'(할머니)라는 우리 단어를 제목에 사용했습니다. 이런 한국적인 요소로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책 안에서 영어와 동시에 사용된 한글입니다. 해당 그림책처럼 책 안에 두 가지 이상의 언어가 동시에 사용되는 이중언어 그림책(Bilingual picture books)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개 이중언어 그림책은 같은 내용을 두 가지 언어로 표기하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미국 내 히스패닉(Hispanic) 아동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한 그림책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Where's Halmoni?"는 주인공들을 제외한 캐릭터들은 한국어만을 사용합니다. 이야기는 한국어와 영어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전개됩니다. 줄리 킴 작가님은 한글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한국어 표현에 대한 영어 문장들을 따로 수록해서 이야기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우리 자녀들도 영어 학습을 위해 마지막 장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특이한 언어적 전개 이외에도 해당 그림책에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그래픽 노블이나 만화처럼 직접적으로 표현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문장들은 주로 의문문 같은 구어체입니다.


구어체 위주의 문장 표현으로 쓰어진 이 책의 리딩 난이도는 어떻게 될까요?

먼저 렉사일 지수를 살펴보면 해당 지수는 GN320L입니다. 참고로 렉사일 코드인 GN은 Graphic Novel의 약자입니다. 메타메트릭스(MetaMetrics)사는 이 그림책을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로 취급하여 렉사일 지수를 계산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수를 미국 학년으로 환산한다면 대략 1학년 수준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ATOS 지수는 북 레벨은 1.7이고 흥미 레벨은 저학년용(K-3, 유치원생에서 3학년까지)입니다. 즉, 영어 표현 수준과 흥미 수준을 고려하면 미국 초등 1학년 수준입니다. 이제 두 지수들을 동시에 고려해보면 "Where' s Halmoni?"는 미국 초등학생 1학년이면 읽고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공교육 환경에서는 어떨까요?

이번에도 사용되는 단어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의성어가 많아서 의미 있는 단어만 고려한다면 400 여개, 문장은 110 여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장의 평균 길이는 단어 4개 이하이지만 초등학생 권장 길이보다 긴 문장도 여러 개 있습니다. 이 책에서 사용된 한국어에 대한 영어 표현까지 포함한다면 단어 500 여개, 문장은 150 여개까지 늘어납니다. 저는 이 책의 페이지 수가 96 페이지인 것을 감안하다면 전체 단어수나 문장 수는 다른 그림책들과 비교하여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통상적인 그림책의 페이지는 대개 32 ~36 페이지입니다. 다만 이 정도의 그림책들에 사용된 단어와 문장의 수는 딱 잘라서 말하기엔 정말 중구난방이라서 제 의견이 정확하다는 말씀은 못 드립니다.


이제 이 그림책의 2015년 개정 영어 교과과정의 기본 어휘로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단, 해당 결과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기본 어휘에 대한 파생어의 종류와 파생어 적용 레벨 등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처: BESTLACLUB



출처: BESTLACLUB

먼저 단어의 종류(TYPE)를 살펴보면 공교육에서 만날 수 없는 단어 비율은 12.9%입니다. 해당 수치가 상당히 높아 보이지만 비율을 계산할 때 책에 나타나는 '할머니', '호랑이' 등 한국 단어의 영어식 표기들이 '불일치' 그룹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단어 이해도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한다면 해당 수치는 이보다 많이 낮아질 것입니다. 이런 가정을 전체 단어수(TOKEN)의 비율 결과에도 반영한다면, 이 그림책에서 사용된 전체 단어들로만 놓고 보면 공교육의 영어 수준이면 독해 및 이해가 쉽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 독해 및 이해를 위해 알아야 단어의 수가 적어도 전체 단어 수의 95% 넘어야 한다는 주장을 기준으로 함.) 다만 전체 단어의 8% 정도는 중등 수준(중학교, 고등학교) 이상이기 때문에 우리의 자녀들이 초등학생이라면 독해 및 이해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대다수의 문장들의 길이와 유형 및 문법 수준이 초등학교 수준이기 때문에 우리 자녀들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그림책이라 생각됩니다.


호랑이해를 맞이하여 한국 작가, 한국계 작가, 한국식 소재와 관련된 영어 그림책들이 세계 아동문학 출판시장에 범처럼 무섭게 더 많이 나오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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