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4
모든 것은 변화한다라는 생태학 제1법칙과 더불어 널리 회자되는 말이 고통 없이는 얻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뿌리는 대로 거두는 인과응보의 우주법이기도 하다.
결핍의 시대와 풍요의 시대를 함께 경험한 세대로서 우리가 느끼는 우주법과 세상법은 사뭇 다르다.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뿐이었던 결핍의 시대를 살았던 때에는 오히려 고통 없이는 성장이 없고 노력 없이는 성취도 없다는 인과응보의 우주법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각인되고 널리 통용되며 이해되어 결과나 성취에 대한 평가 자체가 물이 흐르듯 순조로웠다.
풍요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개인이나 사회가 분출하는 욕망은 비대화되고 누군가 이루어낸 성취에 대한 딴지가 도를 넘어 분출되고 있다. 즉 결핍의 시대 뿌린 대로 거두는 우주법대로 늘 원인과 결과를 한 저울에 놓고 달아보는 균형감각을 가지고 살았던 것과는 다르게 풍요의 시기는 그 누구의 성취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떼법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다.
결핍은 그 시대를 사는 구성원들에게는 시대 자체가 인고의 고통으로 다가와 고통을 극복하겠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선(禪)의 세계로 우리 모두를 이끌어 힘을 모으고 합심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가 문제의 원인을 자기 내부에서 찾고 바로잡는 우주법의 섭리가 작동되었다고 한다면 풍요의 시대는 모든 사회갈등의 원인을 나가 아닌 너로 돌리며 패를 나누고 또 나누어 사회의 최소 단위까지 나누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드는 사회의 해체 수준까지 우리를 몰아붙인다.
결핍의 시대 대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콩 한쪽도 나눠 먹던 시대에서 풍요로 접어들면 힘을 가진 개인들로 사회가 분화되어 대가족이 핵가족이 되고 핵가족 마저 핵분열 하듯이 각자도생 하고 있는 모습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모이면 흩어지고 흩어지면 모인다는 회자정리 거자필반 (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법화경의 가르침과 같이 결핍의 시대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단합하면서 고통 속에 풍요라고 하는 달콤한 열매를 손에 넣은 우리가 풍요의 시대 사분오열 되어 각자도생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풍요의 역설이 아니고 풍요가 불러온 당연한 귀결임을 인지할 때 우리 속을 사는 나가 각자도생 하는 너를 볼 때 비난과 몰매보다는 연민과 사랑으로 다가올 고통을 달게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