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5
최초로 불을 발견하여 불의 존재를 알아차린 인류가 자연발생적인 불에 반응하여 불씨를 모으고 갈무리하던 것을 너머 처음에는 나무를 비벼 마찰열을 일으키다가 좀 더 진보된 기술인 부싯돌로 불꽃을 일으켜 마른 낙엽을 태워 불의 발견을 발명으로 뒤바꿔 맹수와 같은 천적을 제압하고 추위와 어둠을 물려 쳤던 원시조상들의 불의 발견에 이은 불의 발명은 인류를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와는 다른 길을 걷게 한 획기적인 이정표였다.
불은 눈에 보이는 어둠만 몰아낸 것이 아니다. 벼락 맞은 볍씨가 맛이 있어 화식을 시작한 우리 인류를 안내한 세계는 생식의 종말이요 요리의 시작이었다. 굽고 튀기고 삶고 부치는 요리의 세계는 불 만 가득한 공간이 되었고 불 필요한 세상이 되어갔다. 이처럼 불의 발명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필요는 필요를 낳고 불 필요에 맛을 들인 우리 인류가 지구의 관점에서는 불필요한 모든 것들을 세상에 본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한 것은 불의 발견에 이은 불의 발명 그리고 불이 불씨가 되어 불의 발견이 불의 발명으로 이어지듯이 말이 씨가 되어 글의 발명으로 이어지는 문명이었고 이 문명이 세상을 재창조한 여정이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불의 발견으로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우리 인류가 자연에서 나와 글로 문명을 만들면서 세상은 불로써 점점 더 환해지고 밝아지는 과정을 말 그대로 문명 진보의 척도라 고할 수 있으며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도 국가의 발전 정도를 밤을 밝히는 야간조명의 밝기를 인공위성으로 찍어 국가 간 문명화를 가늠할 정도인 것을 보면 불과 문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문명은 불을 여하이 다루느냐가 그 문명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불의 발견으로 맹수로부터 위협을 극복한 인류가 불의 발명을 통해 불을 손아귀에 넣고 통제한 역사가 엄밀히 말하면 전쟁사다. 맹수의 공포로부터 벗어난 인류가 문명을 일으키고 끊임없이 꾸준히 반복하는 일이 불이라는 화력을 이용하여 서로가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전쟁이라니 문명의 역설은 잔인하기 짝이 없다.
불이던 문명이던 세상을 밝힌다는 데 이의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문명의 이기가 늘 그렇듯이 동전의 양면과 같은 속성이 인류를 애 태운다. 불이라는 물질과 글이라는 정신을 가지고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달려온 우리들에게 그 희망의 촛불이 등불이 되고 등불이 횃불이 되어 불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통제할 수 있을 때 만이 비로소 불의 발견이 발명이 되고 글의 발명이 문명이 되는 인류문명의 한 바퀴를 무사히 돌릴 수 있는 것이다.
제우스가 인간에게서 빼앗아 간 불씨를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일로 인해 카프카스의 바위산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당하는 모습이 어쩌면 불이라는 절대반지를 손에 넣은 인간의 처지와 데자뷔가 되는 것은 나만의 상상일까 궁금해진다. 인류심판의 마지막
날이 불의 심판이라고 모든 예언서에 기록된 것을 보면 불은 글과 함께 문명을 일으킨 인류의 영원한 동반자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