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1
무위자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나 스스로 그러하므로 자연은 시켜서 하는 것이 없다. 한 세대에 걸친 반복된 일상도 짧은 시간을 끊어 보면 누가 내 등 뒤에서 칼 들고 나를 쫓아와서 하루하루 그 누구를 피해 달려와 무사히 살아낸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라 생각하겠지만 그 누구는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이 만들고 다듬고 훈련도 시킨 또 하나의 자아인 자신과 꼭 닮은 자신의 그림자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자아와 이상을 실현하려는 진아와의 충돌에 이은 치열한 갈등 그 뒤이어 따라오는 봉합과 타협의 한가운 데에서 느끼는 일상의 평온함이 우리를 감쌀 때 드디어 우리는 일상의 평온함에 우리 몸을 온전히 내 맡기고 무위자연의 상태로 접어드는 것이다.
무위자연마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다 나은 생명이 창조되기 위해서는 서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섭리가 작동되는 정글이며 이 정글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비바람 치는 환경에 굴하지 않고 분투노력함이 당연하듯이 인간이 모여 만든 세상도 자연과 연결되어 있어야 하므로 당연히 이 모든 자연의 법칙이 작동되고 여기에 신물이 난 우리 인간은 여기에 덧붙여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바람을 군데군데 심어 놓았고 이것을 우리는 자연 속의 진아와 대비하여 나의 자아라고 생각하며 세상을 살아내는 것 같다.
이렇듯 현실을 살아내려는 자아와 이상을 실현하려는 진아간의 갈등과 타협 속에서 우리는 인생전반을 송두리 때 바쳤는지도 모른다. 누구는 세상에서 재미를 보았고 누구는 세상 속에 들어가 고통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재미와 고통이 적당히 버무려진 한생을 돌렸고 그것이 인생이라 여기며 하루는 기쁨과 희열 속에 즐거워했고 하루는 슬픔과 고통 속에 괴로워하면서 세상이라는 차디찬 바다를 떠도는 빙산, 유빙과도 같은 인생을 살아낸 것이다.
떠도는 빙산의 일각밖에 볼 수 없었던 우리 인생 전반전에 비해 세상이라는 차디찬 바닷물이 빠지면 바다 위에서 허우적거리던 자아는 물론 그동안 바닷물에 잠겨 있던 빙산의 전모, 우리의 진아가 비로소 드러나는 시기, 우리 인생 후반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자아와 진아가 함께 드러나야 우리가 누구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며 나는 누구인가?라고 하는 인생 최대의 화두에 비로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저마다의 색깔이 발현되는 가을철 단풍나무 같이 빨갛고 노란 형형색색의 단풍잎이 깊게 물들어 가는 시절을 우리는 목전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