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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識者 道之華 而愚之始, 아는 것이 병이다

by 윤해



2024.01.12

여자 식자우환(女子識字憂患), 삼국시대 유비의 군사 서서의 효심을 이용한 편지 한 통으로 서서를 어머니에게로 달려가게 하고 달려온 아들 서서에게 내가 글을 몰랐다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 자책하는 서서의 어머니의 탄식이 여자 식자우환이라는 고사가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지식인의 내면세계는 혼돈과 불안이 함께 하는 결정장애가 되기 쉽다. 오죽하면 아는 것이 병이요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속담처럼 회자될까?

뇌정보 기반의 세상을 살다 보면 종횡무진 거미줄 같은 수많은 정보와 지식의 바다에서 허우적 대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우리는 처해 있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생존경쟁에 필요한 지식을 하나라도 더 장착하기 위해 눈이라는 지체를 희생해 가며 눈을 부릅뜨고 한 글자라도 더 보려고 힘을 쏟으며 하루를 산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될수록 머리는 커지고 몸은 약해지는 불균형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글로서 세상을 밝히는 문명 세상에서 글을 배우고 알아 간다는 것은 그 세상에서 생존하느냐 도태되느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며 부와 권력 명예를 쟁취하는 유일무이한 수단임을 부정하는 인간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지식기반의 세상이며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하면서 교육에 올인하고 시험에 목을 매며 학교를 마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살아남기 위해 한자라도 더 배우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지식연마에 최선을 다하고 사는 것이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글과 지식의 한계는 딱 거기까지이다. 다시 말하면 문명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쌓은 지식은 우리를 세상에서 생존하게 해주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것일 뿐이다. 생존하고 난 다음의 마음의 공허나 두뇌의 강박이나 심장의 불안은 평생을 지식으로 벌어먹은 후유증 같은 것 아닐까?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자 관성적 존재이기도 하다. 지식의 연마를 통해 성공한 경험은 마치 이쁜 꽃을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지만 이것이 또한 우환의 시작이라는 前識者 道之華 而愚之始(전식자 도지화 이우지시)라는 노자도덕경 38장의 말씀과 같이 識字憂患(식자우환), 즉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것이 약이 되는 때가 반드시 오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사는 인간으로서 지식에 올인하면서 한세대를 살았다고 한다면 철부지를 넘어 철든 마음으로 자연을 보면 인생 후반전은 자연의 지혜를 하나라도 알아 나가고 깨닫는 사람으로서 한 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철부지 같이 세상의 지식만 쫓다가 보면 젊은 세대가 살아가야 할 토양을 잠식하고 끝끝내 지식으로 시작하고 강화된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지식이 제공하는 화려한 꽃과 열매를 따 먹으려고 이전투구하는 추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이 든 철부지가 되기 쉽다.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그동안 생존경쟁을 위해 채웠던 지식의 잔재를 비우고 욕망으로 가득했던 마음도 비우고 깃털 같은 가벼움으로 인생 후반전을 살아간다면 前識者 道之華 而愚之始(전식자 도지화 이우지시)라고 하는 노자도덕경의 말씀을 실천하는 지혜의 길로 다가서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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