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3
종의 다양성만큼 자연의 지혜를 보여주는 사례는 드물다. 그러나 종이라는 개념은 생물 다양성이라는 측면으로 보았을 때 그야말로 바늘 끝에도 못 미치는 티끌 같은 개념이다.
18세기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을 종 <속 <과 <목 <강 <문 <계의 순으로 묶는 생명체계를 제안했다. 린네는 계를 운동성을 기준으로 2계로 구분했지만 그 후 생물분류방법은 계속 발전하여 역이 추가되어 오늘날은 3역 6계 체계로 생물을 분류한다. 즉 진정세균역, 고세균역, 진핵생물역의 3역과 진정세균계, 고세균계 그리고 진핵생물역에 속하는 원생생물계, 균계, 식물계, 동물계의 6계로 분류된다.
이 계통도에 의하면 사람은 진핵생물역 동물계 척삭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 사람 속 사람종이 바로 생명으로서 우리의 위치다.
지구가 5번의 대멸종을 겪고도 지구가 키워낸 생물 다양성의 범위와 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수하며 그 다양한 생물들의 대서사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처럼 지구를 포함하는 우주의 섭리는 종의 말단에 서 있는 인간의 머리로는 실로 감당키 어려운 난제다. 다만 생명의 시작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우연에 의해서 시작되었지만 억겁의 시간을 통해 우주에 흩뿌려진 별과 같은 다양성을 통해 생명의 경이를 완성해 나간다는 섭리에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생명 다양성의 뿌리를 두고 자연에서 나온 사람이 문명을 만들고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다양성이란 가치는 우리가 절대로 버릴 수 없는 핵심가치이다. 즉 유전정보적 측면에서는 끝없는 다양성을 무기로 진화를 거듭하는 존재이지만 뇌정보적 측면에서는 통제가능한 인간의 세상을 만들려는 인간의 한계 때문에 우리 몸에 새겨진 생명역사가 얼마나 유구한지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오로지 편익과 효율에 몰두하다 보면 뇌정보에 경도된 다양성 말살의 역사를 기록해 나가는 것이다.
다양성 말살의 대표적인 역사가 전쟁사이다. 전시 중에는 다양한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승전과 패전이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위해 무슨 일이던 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인간을 내모는 것이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획일성이라는 가치에 과몰입되면 전체주의 사회가 되고 전체주의는 독재를 낳고 사회구성원의 다양성은 바로 폐기된다. 역사는 어쩌면 이 획일성과 다양성의 도전과 응전의 게임과도 같은 모양새다.
수구(守舊)와 온고 (溫故)는 옛 것을 지키고 옛 것을 익힌다는 자의적 해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꼴통과 지신(知新)으로 극명하게 나누어진다. 통과 같이 생긴 꼴은 마개만 있지 출구가 없는 병과 같다. 그곳에 한번 들어가면 통과 같이 썩어 가던지 아니면 통째 뒤집어 들어갔던 마개를 따고 되돌아 나오는 방법밖에는 없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은 늘 새로운 것을 배우므로 통속에서 썩지 않고 발효를 통해 새로움을 창조한다. 생명의 역사는 수구(守舊) 꼴통의 획일성을 딛고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다양성을 확보해 나가는 지난한 여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에피소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