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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따습고 배부른 나라의 자연의 섭리, 세상의 원리

by 윤해


2024.06.25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고, 바다가 있으면 육지가 있고,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고, 부모가 있어야 자식이 있다.


이처럼 자연의 섭리나 세상의 원리 모두 짝짝이 돌아가는 음양의 이치가 작동하여 흘러가는 길, 음양지도(陰陽之道)에 따라 섭리는 자연스럽고 원리는 무난하게 흘러갈 때 우리는 태평성대를 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치로 자연과 세상을 보면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원리는 세우고 무너짐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틈과 틈사이, 즉 틈새를 이용하여 여백을 만들어 자유롭게 뻗어나가다가 어느 순간 그 틈이 거대한 크레바스가 되어 자연이라는 지층을 무너뜨리거나 그 틈을 누군가가 쇄기로 박아 다시 세상을 세우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자연과 세상이다.


하늘 아래 땅이라는 천지지간에서 일어나는 틈사이, 즉 세상의 문명도 세우고 무너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마치 파도가 치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바닷가 백사장의 모래성 같은 신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원리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원리는 어느 하나가 개별적이고 독단적으로 흘러갈 수 없는 짝짝이 돌아가는 DNA 이중나선과 같이 도와 덕이 함께 꼬여 달려가는 희비쌍곡선같이 우리 가까이에서 우리를 당기고 미는, 즉 견인하면서 어느 한순간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다만 우리가 느끼고 사는가 아니면 애써 무시하고 사는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항상 우리는 서 있을 뿐이다.


틈에 틈틈이 쇄기를 박는 세상의 원리가 자연의 섭리를 적나라하게 건드린 사건의 예가 19세기 프랑스 양초업자들의 로비이다. 일명 '포획이론'의 전형적 사례로 기록된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태양의 자연광을 차단해 인공조명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게 되면 프랑스에서 수많은 산업이 발달하게 될 것입니다. 양초산업이 살면 유지를 제공하는 소와 양이 더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목장 육류 모직 가죽 비료를 비롯한 농업자원이 늘어날 것입니다. 항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천 척의 배가 고래를 잡으러 떠날 것이고 머지않아 우리는 프랑스의 명예를 지킬 수 있고 청원인들의 애국적 자존심에 부합할 수 있는 해군을 갖게 될 것입니다 파리의 상점들은 또 어떻겠습니까? 샹들리에 램프 천장등, 촛대의 금장식 구리 크리스털이 넓은 상점에서 반짝일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신다면 우리 조명 업자들의 청원으로 생활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프랑스 국민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불공정한 상황을 시정할 법을 하나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탄원은 우리 국민 모두가 낮에는 모든 창문과 모든 틈새를 막고 커튼을 쳐서 햇빛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부디 햇빛을 차단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양초 업자 일동


태양광을 가려 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는 양초업자들은 로비를 통해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했다.


태양계에 사는 우리에게 태양을 보지 않고 살게 해달라고 청원하는 코미디 같은 이 에피소드는 인간의 원리, 즉 정부기관이라고 하는 비빌 언덕을 포획하여 이익집단의 탐욕을 도모하고자 하는 시도에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쉽게 무시당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부분적 존재에 불과한 우리 인간은 세상이라는 원리에 취해 살다 보면 전체적 섭리가 살아 숨 쉬는 자연이라고 하는 섭리, 즉 전체를 보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바로 우리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인간의 욕심이 앞을 가려 섭리와 원리가 짝짝이 돌아가는 음양의 도, 즉 음양지도(陰陽之道)를 무시하면서 세상과 자연을 함께 훼손하는 우를 범하기 쉬운 존재이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라는 거대담론 속에서 자연의 섭리를 아는 사람 못지않게 경제, 군사, 법치 속에서 세상의 원리를 자나 깨나 생각하는 나가 많아질 때 그 나라는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원리가 짝이 되어 화합하여 돌아가는 "등 따습고 배부르고 강한 나라"로 기필코 달려가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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