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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상불여심상(萬相不如心相)

by 윤해



2024.06.28

사람의 외모 만큼 다양한 조합도 드물 것이다. 골상 두상 족상 관상 심상을 거쳐 인상까지 마치 소림사 18관문을 통과하듯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특히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대한민국에서는 눈물겹다.

이 외모라고 하는 것이 시대의 유행 임을 한세대만 경험해도 느낀다.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남자의 외모는 얼굴도 크고 이목구비도 선이 굵고 풍채도 있는 박력남을 선호했다면 불과 한세대만에 얼굴도 작고 샤프하고 이목구비도 오밀조밀하고 몸도 호리호리한 꽃미남이 대세인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더구나 이 외모를 여성으로 확장하면 그 조합의 수가 현란하다 못해 현기증으로 쓰러질 지경이다. 그저 여자는 얼굴은 수수하고 허리는 잘록하며 엉덩이는 펑퍼짐하고 크야지 애를 쑥 쑥 잘 낳는 법이야 하던 과거 어르신들의 외모관에 비추어보면 현대여성의 외모는 박복 그 자체다. 사실 우리나라 여성의 외모는 다른나라에 비하면 수준이 꽤 높다. 말 타면 경마잡고 싶다고 수준 높은 외모도 외모 지상주의에 한번 빠지면 모든 부위가 불만투성이로 변한다. 이목구비는 물론이고 그야말로 뼈를깍는 도전도 서슴치 않는 세태를 보자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은 꽃을 닮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 젊음은 그 자체로 싱그럽고 아름다우며 찬란하다. 이 아름다움은 정형화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개성미이다. 모두 다 나름대로 향기를 뿜고 자태를 뽐내는 상태가 젊음의 아름다움이다. 여기에 더해 균형감을 더하면 보기만 해도 미소가 떠오르는 미남 미녀가 되는 것이다. 미남 미녀로 태어나기도 어렵고 , 미남 미녀로 살아가기도 어려우며 미남 미녀로 늙어가기는 불가능한 것이 세상 이치다. 그 세상 이치에 정면도전하고 있는 것이 외모지상주의를 앞세운 성형왕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성형에 있어서도 최대행복추구자로 나서면 이 행복이라는 추상적이고 한계를 모르는 속성으로 인하여 더더더에 빠지기 쉽고 이 특성으로 인하여 성형중독을 불러 일으킨다.
이에 반해 외모에 있어서 최대 만족추구자로 나서면 각자 나름 외모에 만족할 수 있고 정형화되고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서 탈피하여 개성을 존중하고 건강한 외모가 가장 아름답다는 진실에 다가서 불필요하고 선동적인 미의 기준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가 있지 않을까?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고 얼굴은 우리의 얼을 담은 굴이다. 그 그릇과 굴은 체(體)라고 하기보다 용(用)에 가깝다. 즉 우리의 마음과 얼이 본질이지 그것을 담는 그릇과 굴은 그야말로 껍데기일 뿐이다 . 본질을 보지 못하는 현대문명의 어리석음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가 외모 지상주의 아니 껍데기 지상주의 아닐까?


만상불여심상(萬相不如心相), 마음의 실체를 알 수 없어 마음을 담는 몸과 얼굴에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수십억년 생명의 역사를 거쳐 온 우리로서는 당연한 행동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없는 돌연변이를 통해 적자생존이라는 진화의 여정을 걸어온 우리 인류에게 보이는 몸과 얼굴 안에 담겨 있는 우주와 같은 마음의 실체는 함부로 몸과 얼굴을 보고 두량하기도 가늠하기도 심지어 짐작하기도 어려운 반전 매력으로 가득찬 불가지의 영역임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만상불여심상(萬相不如心相)이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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