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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비용은 반드시 땅에 묻어야할 가치가 있는 비용이다.

by 윤해



2024.07.12

세상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사단(사탄)이 디자인해 놓은 공간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 공간의 크기나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매 한 가지다

후생유전학이라고 하는 거창한 학문을 빌리지 않아도 , 인간의 유년기는 다른 어떤 포유류와 비교하여도 연약하고 취약하다. 이 취약성을 후천적 학습이라는 인간만이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을 구축하였고 , 우리의 뇌는 이 후천적 학습에게 기꺼이 여백을 제공하면서 우리 인류는 지구상의 그 누구도 건너지 못한 허들을 넘고 도약하여 지금에 와 있다.

태어나서 우리가 처음 마주친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우리를 한정하는 많은 시련과 경험을 한다.


누구는 따뜻한 부모의 보살핌으로 , 누구는 차가운 무관심 속에서, 그리고 대부분은 그러한 열정과 냉정 그 어느 사이 지점에 내동댕이쳐진 체 성장하며 조금씩 더 구속력이 강한 조직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사단이 디자인 한 공간은 시간이 갈수록 정교해진다.


당연하게도 우리를 옥죄는 조직은 더 견고해지고 우리가 이 조직들과 거래할 대안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결국에는 그 조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투노력한 우리들의 흘러간 귀중한 시간만이 매몰비용이라는 형태로 우리 인생에게로 청구되는 것이다.

이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 사단은 우리 인생을 사단내기 위해 이렇게 속삭인다.


그동안 쏟았던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은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화려하고 찬란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나 보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보상은 즉각적이며 축척가능하고, 구체적 숫자로 인출도 되어야 한다. 이게 안된다면 우리는 잘못된 길로 너무 멀리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때 매몰비용이 아까워 머뭇거리는 순간 우리는 사단이라는 이리떼에게 몸과 마음이 탈탈 털리는 단계로 떨어지게 되며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이 정도 되면 조직이 소규모일수록 더더욱 위험하다. 사단이 만든 조직은 몸집이 작을수록 노출이 어려우므로 양지로 나오기 어렵다. 처방은 단 한 가지 사단에 붙잡힌 자기 인생을 땅속 깊은 곳에 과감하게 묻고 묻은 땅을 다진 다음 그 다진 땅 위에서 새 출발을 하는 수밖에는 없다.


왜냐하면 사단은 그 인간의 마음속에서 이미 똬리를 틀고 자리 잡은 뱀이기 때문이다.

고향집 마당 한켠 담벼락 구덩이 속의 늙은 호박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왔던 시골의 정서를 느끼고 한편으로 호박에 줄 긋는다고 한여름 더위를 한방에 날리는 청량하고 세련된 수박이 되지 않는 것처럼 호박은 호박대로 수박은 수박대로 각기 특장점을 살려서 사단이 쳐 놓은 함정과 같은 성역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우리 자신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성찰할 수 있고 저마다의 우리가 우리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분별력을 가질 수 있다 비록 매몰비용이라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사단이 쳐 놓은 함정을 딛고 일어서 나중된 자가 먼저 되는 대기만성의 인생 역설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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