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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夫婦)는 부부(浮浮) 속에 부부(附簿)하며살아간다

by 윤해



2024.07.13

처녀 총각이 만나 안해와 남편이 되고 지아비와 며느리로 불리는 부부(夫婦)가 되면서 비나 눈이 한창 쏟아지는 부부(浮浮) 속에서 사랑과 전쟁을 하면서 부부(夫婦) 간의 일어난 일을 낱낱이 그들만의 장부에 기록하는 부부(附簿)를 하면서 함께 살고 먹고 입고 쓰는 부부생활(夫婦生活)에 접어든다.

이처럼 부부생활(夫婦生活)은 철부지들이 만나 불작난(作難)으로 시작되어 불작난(作難)이 빵개살이와 같은 소꿉 작난(作難)이 되고 소꿉생활이 서로의 지아비가 되고 누군가의 며느리가 되는 관계와 관계 안에서 부부(夫婦)는 부부(浮浮) 속에서 부부(附簿)하면서 사는 것이다.

이처럼 처녀 총각이 만나서 꿈결 같은 사랑을 하고 소꿉 작난 (作難) 불작난(作難)을 거쳐 부부생활로 접어드는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행복과 불행의 불씨를 빵개살이와 같은 소꿉 작난(作難)을 하면서 그야말로 말 그대로 작난(作難), 즉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단계로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전쟁과 평화에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평화는 또 다른 전쟁, 사랑과 전쟁을 잉태한다. 사랑과 전쟁은 필연적으로 부부를 탄생시키고 이렇게 탄생된 부부는 필연적으로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난 다음 부부생활이 전쟁으로 돌입하는 숙명적인 경험을 부부가 된 사람들은 빠짐없이 경험하고 사랑에 대한 깊은 회의를 느끼면서 전쟁과 다름없는 부부생활에 몸서리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남녀가 만나 불장난 같은 사랑을 하고 난 후에 따라오는 당연한 과정임을 알고 사랑을 나누는 남녀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인생은 모른다고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모르고 지나치고 생략된 부분은 하나하나 다시 되돌아가 해결하기 전까지는 갈등의 불씨가 끝나지 않는 것이 사랑과 전쟁이라고 부르는 부부생활의 진면목이다. 때로는 냉전으로 때로는 열전으로 불붙는 부부싸움은 사랑과 전쟁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곡예사의 묘기와 같이 늘 위태롭다. 부부(夫婦)가 부부(浮浮) 속에서 부부(附簿)된 달콤한 추억뿐만 아니라 망각하고 싶은 기억마저도 염라대왕의 치부책과 같은 안해의 머릿속에 기록되는 순간 부부생활 내내 그렇게 부부(附簿)된 악몽과도 같은 기억은 서로가 갈라지기 전까지 결코 소환되지 않는 법이 없다.

전쟁과 같은 부부싸움이 칼로 물 베기라는 금과옥조가 통하는 것은 전쟁 이후에도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부부간의 사랑에 있다. 혼자 살 때는 스스로의 원칙과 자기만의 규범의 세계에서 조용히 살다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생활이라는 것을 하다 보면 그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이라는 종류도 다양한 전장에 홀로 서서 한 번은 미친 듯이 사랑하다가 한 번은 죽일 듯이 미워하는 폭풍과도 같은 애증의 업 다운을 몸소 겪고 나면 평화스럽던 과거의 자기만의 규범과 원칙이 숨 쉬던 동굴로 돌아가고픈 강력한 유혹에 직면한다.

이것이 바로 하나가 둘이 되는 진통이며 둘이 하나되기 위하여 넘어가야 할 언덕과 같은 세상의 원리인 것이다. 유구한 생명줄은 이러한 세상의 원리가 지켜지고 이어지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일어난 불작난에서 만들어진 어려움을 이겨내고 화려한 불꽃놀이를 완성한 증거가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인 것이다.

바다에 나갈 때는 한번 기도하고 전쟁터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는 삶의 지혜 앞에서 결혼이라는 무게가 비록 처녀 총각을 압박하지만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중에 최고인 사랑이라는 절대반지로 무장한 남과 여 앞에 있는 부부생활의 희로애락 오욕칠정은 어쩌면 그들 앞을 가로막는 언덕이 아니라 행복으로 나아가는 도약대 위에 놓인 찬란하고 화려한 무지개다리와 같은 것은 아닐까?


안해의 잔소리가 나를 깨우기 전까지 행복한 상상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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