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1
나를 팔고 너를 팔며 땅을 팔고 나라를 팔아 나하나 잘 먹고 잘 살자고 의리를 팔고 신용을 팔아 구차하게 살면서도 그것을 인생의 지혜라 믿고 사는 세상의 인간들이 넘쳐나면 그곳이 악세이다.
일종의 가상세계인 세상의 원리는 우리 인간들이 꾸미는 꿈이라고 하는 상상에 의해 시작된다. 즉 상상을 기반으로 의미를 찾아내어 세상 속에 던져주면 욕망으로 똘똘 뭉친 인간들은 넘버원은 못되지만 넘버투라도 되려고 하는 조바심이 으뜸이 아닌 버금이 되려는 마음으로 표현되어 선세가 아닌 버금세상, 악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업과 덕만 구분해도 선택의 순간 악수는 두지 않을 것이다.
업을 영위한다는 영업이라는 무게는 세상 속에서 꽤 무겁고 비중이 크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가 자연에서는 사냥감을 쫓거나 채집활동을 통해서 단순하게 그날그날 결산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면 문명을 통해 다양한 계급이 분화되고 역할이 주어져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서 옷감을 짜듯이 업을 짓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둘이 하나 되는 일로써 덕을 쌓는 것이 아니라 거미줄 같은 인연과 악연으로 서로가 서로를 업으로 엮어 돌아가는 세상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닌지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세상의 원리를 따라가다 보면 세상은 팔고 사는 관계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한다. 품팔이로 시작되는 영업은 그 품이 점차적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영업으로 발전되고 파는 주체도 나에서 우리로,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으로 체급이 바뀌면서 업을 짓는 것에서 업을 일으켜 세우는 기업이 되고 그 영업은 세상의 꽃이 되어 이제 시시한 물건이 아니라 영토를 사고팔고 나라의 주권까지 통째로 사고파는 경지까지 이미 가본 나라의 백성들이 살았던 곳이 한반도이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아는 역사에서 최고의 세일즈맨, 즉 영업의 귀재는 대동강 물장수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스티브 잡스도 아니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아니며 우리 현대사의 정주영 회장도 아니며 구한말 대한제국의 주권을 통째로 이등박문이라는 구매자를 통해 일본황실에 팔아넘긴 혼군 고종황제가 아니었을까?
세상의 꽃, 영업은 존재하는 실체보다 부풀려서 비싸게 파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고종은 다 쓰러져가는 빈 껍데기만 남은 조선을 대한제국이라는 이름으로 가공한 뒤 자신을 조선의 왕에서 대한제국의 황제로 셀프격상시킨 후 을사오적이라는 유능한 영업사원을 고용하여 친한파인 이토 히로부미를 파트너로 삼아 5백 년간 이어지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르고도 지켜낸 조선을 종이 쪼가리 하나로 일본에게 팔아버린 이 희대의 영업 귀재 고종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희대의 영업귀재 고종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한제국에서 대한망국으로 달려가는 과정에서 주권과 백성과 강토를 팔아치우면서 자신의 이익에는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을사오적과 같은 영업사원을 닦달하면서 자신은 시대를 잘못 만난 망국의 황제로 포장하는 서사까지도 완성하여 망국의 모든 책임을 을사오적과 같은 영업사원에게 모조리 돌렸다.
물론 고비 고비마다 혼군의 변명은 있을 수 있겠지만 대한망국 후 일어난 이천만 대한제국 신민들이 하루아침에 일제의 2등 신민이 되고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풍찬노숙 고군분투 하고 있을 때 혼군 고종의 왕실 친인척들은 일황가에 편입되어 1945년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왕실의 재산은 물론 매달 나오는 막대한 월급으로 호위호식하면서도 단 한 분의 왕실의 일원도 그 굴욕적인 돈을 받기를 거절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팩트 앞에 아무리 망국군주의 서사를 덧칠한들 혼군이 저지른 희대의 영업계약에 그저 아연할 뿐이다.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은 여기서 출발한다. 나라를 통채로 팔아치운 희대의 영업계약을 성사시킨 빅딜 고종을 유교적 이념에 빠져 단죄하지 않고 그저 망국의 서사로 덧칠하는 와중에 대한제국은 대한망국이 되어 도로 조선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의 꽃이 영업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영업방식은 지속할 수도 없고 지속되어서도 안 된다. 업장소멸의 차원에서도 버금세상에서 으뜸세상으로 나아가려면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세상을 보는 눈이 살아 있을 때 대한민국은 대한망국이 아니라 대한흥국이 되는 길로 접어들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