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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모르는다는 것을 안다

by 윤해

2024.09.10


인간, 시간, 공간 사람이 태어나서 맺는 피할 수 없는 관계이다. 합쳐서 삼간이라고 하기도 한다. 어쩠던 우주의 티끌에서 사람의 옷을 입고 공간 안에 살면서 시간이 되면 다시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과 숙명을 받은 우리는 늘 관계 속에 놓여 있으면서 즐거워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 삼간 안에서 오욕칠정을 느끼며 정신없이 살다 보면 무엇이 맞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헷갈리기 십상이며 마치 찬란한 해가 어딘가에 깔려 깜깜한 어둠 속에 있는 듯한 경험을 수시로 한다. 눈은 뜨고 있어도 한 치 앞도 구분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상황의 연속이 우리 인생 아닐까?

애매모호한 상황에 놓인 인간은 공간 파악은 어찌어찌해서 생존하지만 시간 파악에는 영 잼병이다. 오죽하면 한 치 앞도 모르는 인간이란 말이 널리 통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 사회에서 갈등의 근원이 어쩌면 인간이 맺고 있는 공간과 시간의 관계성에 기인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동일한 공간을 살면서 동일한 사안을 두고 어떤 사람은 현재의 문제점을 완벽히 해결하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문제까지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의 문제점을 간과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현재는 과거의 연속선상에 놓인 조금씩 개선되어 온 과거이므로 현재의 문제에 매몰되다 보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맞이하기가 어렵다는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모습이 지금 우리의 상황이다.

사실 이 문제는 구미 선진국이 몇백 년에 걸쳐 피 터지게 싸워 이루어낸 자유민주주의를 수십 년이라는 짧은 시간 압축성장을 통해 외형적 성취에 다다른 우리 사회가 마땅히 치를 수밖에 없는 성장통 아닐까?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놓인 인간의 입장은 보다 겸허하게 모르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고백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라는 성장통을 극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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