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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홰에 날아올라 날개를 치며 우는 소리, 꼭 깨요

by 윤해



2024.09.09

옛날 옛적에 수렵채집시절 우리 조상들이 먹을 것을 찾아 자고 새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지쳐서 하늘을 보니 하늘과 땅사이에 기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니며 뛰는 것도 아닌 날아다니는 신기한 생명체를 보게 되었다.

하도 신기해서 따라다녀보다가 도대체 무엇을 먹길래 이렇게 몸이 가벼워 하늘과 땅사이를 날아다닐까? 의문을 품게 되었다. 힘들지만 끈질기게 추적해 보니 대부분 야생 곡식 낱알을 주로 먹고 있음을 확인하고 , 유레카! 나도 이것을 먹고 가뿐하고 자유롭게 하늘과 땅사이를 날아다녀야지라고 마음먹고 그때부터 힘을 다해 낱알을 찾아 먹고 다니다가 너무 힘들어 이참에 낱알이 잘 자라는 곳에 정착해서 재배해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의 실행이 위대한 농업혁명으로 이어져 인류문명이 시작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

곡식낱알을 아무리 먹어도 날아다니지 못하자 이번에는 이 날아다니는 것들을 잡아먹으면 혹시 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런데 날아다니는 것들을 잡는 게 얼마나 어렵겠나 그래서 좋아하는 곡식 낱알을 땅에 뿌려 유인하였다. 잡기도 하고 놓치기도 하고 반복하다가 만난 날아다니는 생명체가 있었다. 대부분은 적당히 먹고 하늘로 날아가버려 우리를 애 태웠지만 붉은 벼슬, 날카로운 부리 매서운 눈 아름다운 깃털 튼튼한 발톱 나무랄 데 없는 외모를 가졌지만 먹는데 한눈이 팔려 너무 많은 곡식낱알을 먹는 바람에 결국 날아가지 못하고 우리와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 원래는 하늘과 땅사이에 있었던 새, 바로 닭이다.

먹이에 한순간 정신이 팔려 대대 손손 인간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닭의 후회는 오늘도 새벽마다 어김없이 횃대에 올라 이제는 날래야 날수 없는 날개를 치며 운다. 꼭기오 꼭 기요 꼭 깨요라고

어쩌면 깨달음이란 것이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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