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2
모든 생명은 기본적으로 현재 만을 살아간다. 한 생명이 태어나서 사멸할 때까지 현재, 현재 현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생명의 모습이다.
인간은 그런 면에서 매우 독특한 생명체임이 분명하다. 생명의 기원부터 면면히 이어온 우리 몸에 새겨진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발전시킨 인간의 진보는 뇌정보를 폭발시켜 문명을 촉발시켰고 마침내 우리 인류는 그 어떤 생명체도 도달하지 못한 특이점을 너머 지구 생태계의 최정점에 안착했다.
뇌정보를 기반으로 한 문명은 태생적으로 현재를 왜곡한다. 보이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정보에 심어둔 고정관념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현재를 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설계된 현재를 실상이라 믿으며 그 근거를 과거라고 하는 불분명한 기억 속에서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 존재가 불명확한 과거의 허상울 우상화 하기도 하고 괴물로 만들기도 하면서 급기야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오지도 않는 미래 그 자체를 불안덩어리로 만드는 비상한 재주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뇌정보문명의 부작용이 국가차원에서 나타나면 끊임없는 분쟁과 갈등을 조장시켜 궁극에는 전쟁이라는 파괴적 참극으로 공멸하기도 하고 개인 차원으로 다가오면 우울증이 반복 증폭되어 내 안에 괴물을 무럭무럭 자라게 하여 결국은 자기 파괴적 단계까지 발전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현재라고 하는 실상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여 과거라는 허상에 발목 잡히고 급기야 현재는 패싱하고 미래라고 하는 괴물에게 잡아 먹힐 두려움과 불안에 떠는 뇌정보 기반 문명의 부작용인 것이다.
우리가 이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40억 년 생명의 역사를 기억하는 유전정보적 감각을 일깨워 현재라고 하는 실상을 제대로 살아낸다면 100년도 안 되는 뇌정보 부작용이 초래하는 이념적 선동이라는 허상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시간은 인간이 공간에 따라 살아가는 순간이 모여서 흘러가는 모습이다. 시간을 이야기 할 때 착각하기 쉬운 것이 과거 현재 미래와 같이 딱딱 규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진실을 알아보면 시간과 같이 무자비하게 흘러가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시간은 어느 한 순간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마치 태엽시계의 초침같이 재깍재깍 소리를 내며 돌아가다가 감겨진 태엽이 모두 다 풀어지면 초침도 멈추고 시간도 정지하듯이 개별 생명도 주어진 수명을 다하면 한낱 먼지가 되어 우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 his story, 즉 과거와 오늘의 선물이라는 present,즉 현재 그리고 알 수 없다는 mystery, 즉 미래라고 하는 것들은 결국 인간이 획일적으로 정한 관념일 뿐이지 결코 실재하지도 고정되어 있지도 않는 허상일 따름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실상보다는 허상을 믿고 허상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게 되기가 쉬운 것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허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실상을 보는 것은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 애기의 천진난만한 눈으로 보던지 임종 순간 파노라마같은 한 생을 보는 것이 대부분인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워라(虛其心, 實其腹)는 말씀은 오늘을 내일을 위한 도구로 삼는 것이 잘 사는 길이 아님을 알려준다. 좀 더 나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희망고문이 되어 지금 당장 즐기지 못한 것으로부터 시작된 갈등은 시간의 흐름이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직선적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허상일 지도 모른다.
머리도 비우고 마음도 비우고 배를 채우라는 말은 그만큼 세상을 살아가려면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는 반증이다. 실상의 장기, 배를 채우는 행위는 건성건성 해 버리고 허상의 장기, 머리를 채우는 행위만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의 장기, 심장은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 차 버리고 기혈이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기가 막히고 혈이 막혀 심장이 병들어 가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 현재 미래의 실체는 딱딱 구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서로서로 혼재되어 있으며 돌아가는 반복되는 원과 같다.
하루, 한달, 일년,백년이라는 원이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돌아가는 일시무시한 시간의 흐름은 우주 빅뱅 이후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무자비하게 흘러가고 유한한 생명인 인간들이 우주속 지구라는 공간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이 우리가 창조한 허상 세상이 아닐까? 사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