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3
스폰테니어스,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여러 가지 명곡과 명대사가 많았지만 십수 년 전 이 공연을 보고 나서 한 단어를 떠 올린 게 스폰테니어스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소피가 어머니 도나 일기장을 훔쳐보고 자신의 결혼식에 아버지로 추정되는 샘, 빌, 해리에게 어머니 명의의 초대장을 보내면서 시작되는 난장판에 70,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너무 익숙한 그룹 아바의 명곡이 깔리면서 감상한 맘마미아에서 나는 왜 스폰테니어스 한 단어만 뇌리에 박혔는지 모르겠다.
남녀 간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이끌림이 있어야 하고 그 자연스러운 만남 후에 또 자연스럽게 생기는 사랑의 결실, 그리고 이어지는 미혼모의 혹독한 현실 그리고 세대를 너머 딸의 결혼식에 옛 연인 세명과 마주한 도나에게 변명이랍시고 스폰테니어스를 연발한 도나의 과거 속의 한 남자의 변명에 나는 한 표를 던졌다.
세상이라는 꽉 짜인 질서 속에서 마음이 가는 데로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서 남녀 간의 만남도 서로 경계하고 의심하는 지경에 와 있고 이에 더해 모든 일상사에 국가의 개입이 사안의 경중을 떠나 법으로 심판하는 세상에서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우며 즉흥적 만남은 상상과 가상세계의 일탈쯤으로 여겨지기에 스폰테니어스라는 단어가 점점 더 생소한 시대를 살고 있다.
우주의 먼지로부터 출발하여 억겁의 세월을 너머 자연의 일부가 된 우리가 우리의 본능에 각인된 자연스러움을 탈피하여 인공의 문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주한 세렌디피티에 이끌려 우리는 여기까지 와있다.
그것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결과적으로 자연을 극복했고 그 극복은 본능과 충돌하기도 했지만 그 또한 우리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인류의 발자국은 결국 무엇을 하든지 자연스럽게 출발하여 우연한 발견을 거쳐 그 표준이 뉴노멀이 되는 적응의 단계를 밟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