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4
전 지구를 무대로 매머드와 같은 거대동물을 사냥하기 시작한 호모사피엔스는 수렵을 통한 생존 뿐만 아니라 수렵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족 구성원 간의 단합까지도 제대로 즐긴 것 같다. 거대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는 족장과 그 계획을 실행할 수족과도 같은 부족민 간의 빈틈없는 협업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하모니 같이 매끄럽게 흘러가야 한다.
사냥이 끝나고난 뒤 부족민 간의 돈독한 유대를 강화하기 위하여 사냥감의 공평한 분배를 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다음 사냥의 명확한 동기부여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에서 정착하고 보낸 대부분의 시간을 수렵채집인으로 살았다. 그러므로 인류의 유전자 깊숙이 각인된 공평한 분배에 대한 갈망은 그 어떤 특질보다도 질기고 강하다.
농업혁명을 통해 정착하게 된 인류가 맨 처음 직면한 문제도 분배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농업생산성이 증가함에 따라 잉여 생산물은 재화라는 이름으로 축적되고 그 재화가 진화되어 화폐가 되고 , 수렵인들이 공평한 분배를 통해 즉각 소화시키고 없앴던 매머드라고 하는 사냥감이 화폐라는 추상적이고 축적가능하고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발명품으로 바뀐 것이다.
화폐경제가 굴러가면서 일어난 모든 발명품들이 인류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대다수의 호모 사피엔스는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늘 현재를 저당 잡아 미래를 걱정하고 , 그러면서 간간이 떠오르는 과거 수렵시대의 낭만에 기대어 부조리하고 불공평한 현실을 불평한다.
소수가 다수의 재화를 독점하는 농업혁명 이후의 세상에서 이러한 인지부조화를 타개할 마땅한 해결책은 없다. 각자 서로가 입맛에 맞는 역사와 사건을 소환하여 자기 정당성을 주장할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도 분배의 함정에 빠져있다. 그 분배를 마술같이 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허상이 아닌 실상의 세상에서는 매직이 통하지 않는다.
그 마술사들은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완전히 갈아엎을 기세다. 그 운동장은 비록 기울어져 있지만 미래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우리들의 소중한 자산임을 자각하자.
매머드가 화폐로 바뀐 현대에서도 공동체가 살아남기 위한 규칙은 엄존한다. 부족장은 대통령으로 부족민은 국민으로 치환된 지금도 상하화목上下和睦, 부창부수夫唱婦隨의 천자문의 진리가 시퍼렇게 살아있고, 그 옛날 동토를 뛰어다니며 매머드를 추적하던 부족장의 수렵본능은 국민들의 먹거리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대통령의 외교와 퍽이나 닮아 있다.
그때도 어찌 부족민의 험담이 없었겠냐만 동토에서 살아남은 부족은 분열의 한계를 지켰고 , 리더의 노고도 인정할 안목을 가졌다. 어쩌면 이것이 마술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안의 수렵본능은 산술적인 나눔이 아니라 새로운 매머드를 발견하여 먹거리를 확장하는 부족장과 부족민이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상하화목上下和睦, 부창부수夫唱婦隨 하는 하모니를 이룰 때 번영된 공동체로 우리를 인도한다는 평범한 진리앞에 우리 모두는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