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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와 탐욕은 종이 한 장 차이

by 윤해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자연에서 빠져나와 문명을 만든 이유가 인간이 통제가능한 세상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닐까?

불확실한 시공을 사는 사람으로서 맹수에 쫓기고 굶주림에 몸서리치며 나무와 사바나를 지나 자연에서 로그아웃한 우리 인류가 필요에 의해 발명된 문명을 통해 시공이 시간 공간으로 사람이 인간으로 바뀌면서 우리 인류는 비로소 시공을 사는 사람에서 시간과 공간을 사는 인간이 되었다.

손에 잡히고 통제 가능한 대상,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은 필요에 의해 발명된 세상이라는 가상세계의 xyz 축과 같다.

시공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시간, 공간이라는 확실성을 손에 넣은 우리 인류 앞에 더 이상 무자비하고 불확실한 자연은 도외시의 대상일 뿐 문명은 사람을 필요한 존재에서 탐욕 가득한 세상 속의 인간으로 로그인하였다.

이처럼 자연에서 로그아웃하고 세상으로 로그인 한 우리 인류는 필요에 의해 살던 사람에서 탐욕 가득한 인간이 되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자연에서 필요는 발명을 낳아 문명을 향해 걸어 들어갔지만 그렇게 들어간 문명 세상에서 우리 인간은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필요를 탐욕으로 바꾸면서 통제 불가능한 자연에서 로그아웃하고 통제 가능한 세상으로 로그인하여 자연을 세상으로 실상을 가상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탐욕은 파괴의 어머니이다.

세상이라는 일종의 가상세계를 손에 넣은 우리 인간에게 통제권이 주어지는 문명 세상에서 시간과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은 우리 인류에게 있어 더 이상 필요에 의해 발명되는 대상이 아니라 탐욕에 의해 파괴되는 대상으로 전락하였고 이 파괴는 더 큰 탐욕을 불러일으키면서 인류문명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파괴를 통한 창조를 거듭한 끝에 여기까지 달려왔다.

이처럼 필요와 탐욕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지나온 과거의 가상이자 지금을 살고 있는 현재의 실상이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가상과 실상이 충돌하는 가치관의 아노미 현상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음을 직시하고 당연시할 때 드디어 가상과 실상에 의해 중첩되고 혼재되어 뿌옇게 가리어졌던 우리 인류의 미래가 그래도 조금은 보이고 이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우리 스스로를 진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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