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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해 Oct 17. 2024

Chat GPT는 짐작도 못하는 처녀와 토끼의 귀


처음처럼 이라는 소주이름 카피처럼 술을 먹지 않아도 처녀의 귓볼은 마치 잘 익은 도화桃花처럼 발그 익는다.


동물 중에 토끼의 귀처럼 크고 예민한 귀가 있더냐? 바스락 소리만 들려도 토끼는 쏜살같이 토끼는 동물이다.


눈과 더불어 귀라고 하는 장기는 이목구비가 있는 얼굴에서도 가장 앞에 언급되는 감각기관이며  그 사람이 영특하고 똑똑하다고 말할 때 쓰는 총명하다는 말도 귀 밝을 총 눈 밝을 명인 것을 보면 귀는 모든 면에서 다른 감각기관보다 탁월한 기관 임에는 틀림없다.


어린 시절 의인화된 토끼가 등장하는 우화와 동화에서 토끼는  중력을 이기고 하늘을 향해 쫑긋 솟은 귀를 가지고 깡충깡충 뛰면서 느려 터진 거북이를 한껏 놀리면서 여유롭게 낮잠까지 자다가 결국에는 거북이에게 따라 잡혀 패배하는 허당 토끼를 보다가 거북이 사촌 자라가 용왕에게 별주부라는 벼슬을 받고 용궁구경을 시켜주겠다며 토끼를 꾀어 용궁까지 데려갔지만 간을 뗐다 붙였다 하는 기발한 토끼의 기지로 용궁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용궁구경만 실컷 하고 뭍으로 나와 별주부의 뒤통수를 치는 재기 넘치는 상반된 이미지의 토끼를 보고 도대체 토끼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대략 난감해진다.


토끼는 이처럼 '토끼와 거북이 경주'라는 우화에서 허당의 모습으로 '별주부전'이라는 동화에서는 재기 넘치는 모습으로 상반되게 그려진다.


그러나 토끼가 토끼기로 작정하면 물 샐 틈 없는 토끼몰이에도  잡히지 않고 토끼는 토끼야 말로 무술의 최고경지 36계의 달인이다.


是故始如處女·시고시여처녀, 敵人開戶·적인개호, 後如脫兎·후여탈토, 敵不及拒·적불급거.<손자병법> (구지 편)


처음에는 처녀와 같이 꺾이기 쉽고 약하게 적을 유인한 후 토끼와 같이 맹렬하게 적을 몰아 붙여 적이 감당하지 못하게 하는 허허실실 전법이 손자병법의 구지 편에 나오는 처녀와 토끼의 비유 아닐까?


이처럼 처녀가 방심하지 않으면 남녀 간의 역사가 이루어지지 않듯이 방심하지 않고 토끼는 토끼는 제 아무리 꾸준하게 쉬지 않고 따라붙는 거북이라도 결코 토끼에게 이길 재간이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이 처녀와 토끼의 귀에 대고  달콤하게 속삭이는 유혹과 칭찬의 말이다.


 처녀의 귀를 정복한 자 남녀 간의 역사를 만들고 토끼의 귀를 칭찬으로 무디게 만든 별주부 자라의 언변으로 용궁까지 가서 간을 용왕에게 바칠 뻔했던 토끼를 보면서 총기가 흐려지면 만사가 망사가 되는 세상의 현실 앞에서 평범한 이 한마디를 쳇 지피티의 검색엔진은 과연 찾아낼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 한마디는 이 말이다

양약은 고구이나 이어 병 (良藥苦口利於病)이요

충언은 역이이나 이어행(忠言逆耳利於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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