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인물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창작과 비평은 엄연히 결이 다르다. 마치 창작이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이라면 비평은 창작을 재료로 써서 요리하는 행위라고 할까?
신이 인간을 만들듯이 세상은 인간성을 만든다.
신이 만들어 세상으로 내던져진 인간은 세상 속에서 연단되고 담금질되며 도태되어 지옥불 같은 악세에서 건져지면 비로소 인간성이라는 것이 생겨나고 작가는 세상이 만들어낸 인간을 발굴하여 인간이 아닌 인물을 창작하는 것이다.
일곱 살에 풍비박산된 가정,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입대하여 해군이 되어 참가한 레판토 해전에서 잃어버린 왼팔, 귀국길 해적에게 붙잡힌 5년이라는 감금 생활 후에 풀려난 33세의 세르반테스에게 시련은 끝나지 않고 귀국 후에도 이어지는 누명으로 감방을 전전했지만 무려 20년 동안 구상하고 써 내려가서 58세에 세상에 내어놓은 돈키호테라는 인물은 어쩌면 세르반테스의 현신現身인지도 모르겠다.
비평가 토머스 칼라일이 "영국은 언젠가 인도를 잃을 것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높게 평가받는 셰익스피어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과 근대 영어의 잠재력을 끌어내어 시극미(時劇美)의 최고를 창조하였다고 평가를 받는 작가다. 그가 창작한 햄릿, 리어왕, 오델로, 멕베스라고 하는 4대 비극의 인물뿐만 아니라 5대 희극 그리고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청춘의 심벌마저 창작한 작가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이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데스를 비교하는 것은 그 태생부터 살아온 이력까지 어쩌면 작가로서는 극과 극의 삶을 살았다고 보이며 그 대척점에 선 작가로서 밤하늘의 별과 같이 반짝이는 수작을 가진 셰익스피어에게 햄릿이 있었다면 20년간 오로지 한 사람 만을 창작한 세르반데스에게는 돈키호테만이 전부였을 것이다.
1995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세계인의 독서증진을 위해 정한 세계 책의 날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매년 4월 23일로 정한 것은 에스파냐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일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 바로 이 날인 데서 유래한다.
죽은 해(1616년)와 사망한 날 (4월 23일) 이 같은 그야말로 한날한시에 간 진귀한 인연의 셰익스피어와 세르반데스, 유복한 작가로서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햄릿이라는 비극적 인물이 있었다면 끝 간 데 없는 나락에서 유쾌한 돈키호테를 만들어낸 세르반데스라는 위대한 작가도 오늘날 우리 곁에 함께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그가 남긴 주옥같고 그가 만들어낸 지극히 돈키호테스러운 어록과 함께 말이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누구에게나 희망은 있다
오늘 쓰러진 사람도 내일은 다시 일어설 수 있나니!
재산을 잃은 사람은 많이 잃는 것이고,
친구를 잃은 사람은 더 많이 잃는 것이며,
용기를 잃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보잘것없는 재산을 갖는 것보다
훌륭한 희망을 갖는 것이 훨씬 위대하다.
재산에 너무 욕심을 내지 말자.
재산보다는 무릇 희망에 목숨을 걸자.
어떠한 일이 있어도 희망을 굳게 지켜내자.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도 견디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도 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