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銀杏나무는 1문 1강 1목 1과 1 속 1종만이 현존하는 식물로 지질학상 고생대 페름기부터 자랐고, 당시 현존하던 생물종의 96%를 대멸종시켜버린 페름기 대멸종을 버티고 꿋꿋하게 현대까지 살아남은 근성 있는 나무다.
7 속 수십 종이 있었다고 추측되고 있으나 중생대의 쥐라기 초기부터 점점 줄기 시작하여서 신생대 팔레오세에 와서는 북반구에만 남았었고 플라이 오세 말기에 거의 멸종해서 현재에는 동아시아에 딱 1종만이 남아 있다.
멸종 원인은 매개동물의 멸종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이유로 현재 인류와 함께 서식하고 있는 은행나무는 제6의 멸종, 즉 인류가 멸종하면 함께 멸종할 식물 1순위로 꼽힌다.
은행銀杏과 은행銀行이 왜 발음이 같은지 모르겠지만, 동아시아에서만 살아남은 은행銀杏은 우리말의 발음만 같은 것이 아니라 일본어에서도 은행銀杏을 징코로 부르며 은행銀行의 발음, 긴 코(ginkō)'와 유사하다. 물론 은행銀杏나무는 일본어로 'いちょう'라고 발음되며, 로마자로는 'ichou'로 구별해서 부르고 있다.
수령 5천 년 은행나무가 중국의 구이저우성 푸취안시에 있다고 하기도 하고 중국 측 주장에 의하면 저장성 천목산 보호구역에 있는 은행銀杏나무 나이가 12000년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현재 최고령 나무로 공인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무드셀라 소나무 수령, 4800년을 훌쩍 뛰어넘는 것을 보면 중국 측 주장이 그리 신빙성이 높지는 않지만 멸종에 살아남은 은행銀杏나무는 다른 나무 수종에 비해 장수하는 나무임은 확실하다.
장수하는 은행銀杏나무는 일단 살아남기만 하면 마을의 보호수로 키워 웅장하고 거대한 나무가 되면 동네 어귀에서 마을을 보호하고 지키는 토템 같은 상징이 되며 이는 동아시아 성리학의 세계에서도 은행銀杏나무는 유교와 오랜 기간 함께 해왔다.
이처럼 화폐경제를 대표하는 은행銀行과 동아시아 정신세계를 대표하는 성리학과 함께 하는 은행銀杏이 한글로 쓰면 같다고 하니 묘한 아이러니를 느낀다.
강원도 원주시 반계리 은행銀杏나무가 천년목의 위용을 자랑하며 늦가을의 단풍은행丹楓銀杏 잎으로 장관을 보여주지만 백 년을 못 사는 우리 인간은 하루하루 잘 살기 위해 은행銀行금리에 사활을 걸며 허덕이고 있으니 다 같은 은행이지만 은행銀杏나무의 열매나 시중은행銀行의 돈냄새나 세월이 가면서 향기 대신 구린내가 나는 것은 은행銀杏이 은행銀行을 닮은 건지 은행銀行이 은행銀杏을 닮아가는 건지 당최 헷갈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