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만들고 나서 국민이 되었나, 국민이 되어 국가를 만들었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질문처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명제다.
나라는 개인이 모여 국가라고 하는 나라를 건국하는 개국과정 못지않게 나라라고 하는 틀 안에서 나라고 하는 개인이 국가의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와 국민은 나와 나라처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통상의 전쟁과 일상의 전쟁을 겪고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달성한 유일무이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며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지금 휘몰아치고 있는 일련의 정국을 보면서 국가가 개조되어야 하나 국민들이 정신 차려야 하나라고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음을 직감한다.
멀리 보면 오천 년, 가까이 보면 오백 년의 군주제 왕조국가를 살다가 일제에 의해 패망하여 식민지 이등 신민이라는 가혹한 국난을 겪고 2차 세계대전의 전후 질서 속에서 탄생한 대한민국이 비슷한 시기 여타 다른 열강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들과 구별점이 무엇이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게 된 것일까?
우리는 일제 36년 간을 단순한 암흑기로 폄하하며 잊고 싶은 역사로만 정의하다 보니 이 일제 36년간 일어났던 독립무장 투쟁에 경도되어 그 시기 우리 한민족에게 일어났던 민족계몽운동과 망국민의 처지를 벗어나고자 했던 한민족 전체 차원의 민족자강 노력을 간과하거나 당연시하는 근현대사의 오류를 밥먹듯이 자행한다.
위기에서 기회를 보고 국난에서 단합을 하는 저력의 한민족에게 있어 망국이라고 하는 미증유의 고통 앞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대신에 일치단결하여 국채보상운동이라는 거국적 단합을 통해 제국주의에 경도된 열강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이러한 신뢰를 기반으로 각자 맡은 바 자리에서 자강의 돛을 높이 올리고 멸사봉공 정신으로 망국이라는 엄혹한 시대를 헤쳐 나왔다.
누구는 친일의 누명을 쓰면서까지 일제의 심장부까지 파고 들어가 그들의 성공비결을 하나하나 체득하였고 누구는 산업보국을 염두에 두고 실물경제의 현장으로 투신하여 뒤로는 독립자금을 앞으로는 일제에게 전쟁자금을 대기도 하였다.
뜻있는 독립지사들은 해외로 망명하여 누구는 무장독립 투쟁을 누구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여 강대국을 조종하고 설득하는 가시밭길을 달리며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사이 일제의 포로가 된 대다수 우리 한민족들은 오로지 배워야 산다는 일념하에 한 자라도 배우고 익히며 그 자리에 남아 망국의 한을 배움의 한으로 치환하면서 자강의 칼을 벼르고 있었다.
유일무이한 원자폭탄 사용으로 종전과 해방은 되었지만 징용에 끌려간 재일 원폭 피해자의 희생과 고통의 아비규환은 참극 그 자체였지만 그 비극을 희극으로 승화시켜 대한민국의 기적을 써 내려간 국민 또한 바로 우리들이기도 하다.
멸사봉공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이 만큼 달려온 우리들 앞에 교언과 영색으로 국가를 혼란케 하고 마비시켜 전복시키려는 선사후공 무리들의 발호가 예사롭지 않다.
국가와 국민 나와 나라는 어찌 보면 일심동체, 한 몸이기도 하다. 그 한 몸 안에 두 마음이 있어도 위험한데 마음이 사분되고 몸이 오열되는 사분오열의 현실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4대 강국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역사의 도도한 강은 어찌 되었던 흘러갈 것이다. 다만 우리 후대의 흥망이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