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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해 록]수단에 불과한 권력, 대의를 향한 밑거름

by 윤해



가치관과 시야를 좁혀서 보면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며 투쟁하는 것이고 선동하는 것이고 기만하는 것이라 권력은 폭력에 기반한 총구에서 나온다라고 오해하기 쉽다.

이러한 시각은 권력을 가져오는 메커니즘을 단순히 드러난 사건과 사건의 결과로 오인하고 권력의 축이 이동하는 모습을 겉으로만 보고 내리는 피상적 접근의 결과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 상대방을 옴짝달싹 못하게 몰고 가는 사냥과 수렵방식의 권력쟁취는 인류사의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유연한 권력이동에 우리 모두는 동의하면서 평화스럽고 수평적인 정권교체의 기적을 우리는 무척 보고 싶어 한다.

말과 글로 이루어지고 밝혀지는 문명세상을 살다 보면 진보 Progress라는 말을 선점하여 남용하고 궁극적으로 악용하는 무리들이 도처에 출몰한다. 마치 전혀 민주스럽지 않은 무리들이 민주주의가 망할 때까지 민주주의를 외쳐대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말과 글이 행동과 유리되어 따로따로 놀게 되면 진보나 민주처럼 시대를 관통하고 미래를 좌우하는 키워드와 같은 가치관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그 사회나 공동체를 심각한 혼돈과 난맥에 빠트리기 쉬운 법이다.

진보팔이 민주팔이가 전염병처럼 배금주의에 물든 사회 기간망을 포섭하고 구성원들을 선동을 통해 전염해 나가는 동안 역사가 주는 백신을 맞아본 적 없는 당대를 사는 국민들의 당혹감과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법이라고는 초식동물의 무리 안에 남아있기와 타조머리 숨기기라고 하는 본능적이고 수동적이며 피상적인 의사결정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지금 대한민국은 인류사의 분수령이며 전환점이 될 위기이자 기회의 터닝포인트에 서 있다.

압축성장을 통해 서구 근대 문명을 수십 년 만에 따라잡고 오히려 서구보다 더 서구적인 민주와 진보의 길을 가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던 우리에게 나타난 권력의 공백,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국가 전복세력의 공격 앞에 허둥지둥 대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피아구분과 적의 실체를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활로이다.

디테일에 강한 악마처럼 치밀하게 준비된 무리들이 스스로 조장한 혼란 중에 일사불란하고 일사천리로 서둘러 정국을 몰고 간다면 그들이 내란세력일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은 역사가 알려주는 평범한 상식이 아닐까?

솔로몬의 재판과 마키아벨리의 권모술수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소중한 것들을 대하는 가치관의 차이 우리 공동체의 앞날에 어떻게 기능할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누가 권력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꼼수를 넘는 비수를 우리에게 꼽고 있는지?

누가 자식을 반으로 쪼개 나눠가지라는 솔로몬의 판결에 경악하여 자식을 양보하였는지?

마키아벨리와 솔로몬의 교훈에서 우리는 수단과 목적을 혼돈한 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우리 인류가 어떤 난관에 처해질 수 있는가의 적나라한 실례를 보여준다.

수단과 방법에 불과한 좁쌀 같은 권력에 부나비처럼 달려드는 수많은 군상의 민낯은 아무리 교언영색을 해도 금방 백일하에 드러날 거짓이며 대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공동체의 밑거름이 기꺼이 되려는 사람의 실체는 비록 난득호도難得糊塗이나 면후(두꺼운 얼굴)와 심흑(시커먼 속마음)을 합한 후흑厚黑의 경지를 뛰어넘는 고수가 펼치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의 또 다른 모습이라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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