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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해 록] 백년전쟁 44, 신의 한 수 1953

by 윤해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는 갈등의 역사다. 토인비의 말처럼 도전과 응전이 반복되는 전쟁의 역사 속에 놓인 세상 속의 인간과 137억 년의 우주 안에 46억 년 지구에서 살아가는 46조 개 세포의 생명활동으로 춘하추동이라고 하는 사철을 보고 느끼는 대자연 속의 사람이 서로 충돌하는 God made와 Man made라는 두 가지 가치관이 충돌하고 갈등하면서 생긴 결과물이 호모사피엔스의 실체이다.

생사는 오로지 하늘에 달렸다고 모두들 믿고 있고 또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흉악범이 아닌 정치적 신념에 의해 사형수가 되고 나면 인간의 생사가 인간에 달려있다는 사법살인에 대해 한번쯤 깊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사법살인을 간신히 모면하고 살아난 사형수에게는 범인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아우라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 아우라가 무엇일까?

죽음에서 살아난 자들은 그제야 세상의 원리가 한없이 부질없고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기 시작한다. 이러한 깨달음은 끝없는 갈등 속에 놓인 인간의 구속사적 영육의 갈등을 단숨에 부수고 곧바로 원리 너머의 섭리를 볼 수 있는 혜안의 한 수를 어떠한 곤궁한 지점에 가 있더라도 반드시 찾아내고 실행한다.

한성감옥 사형수 출신 1875년생 우남 이승만 대통령은 1908년 1월생이나 1908년 6월생 매헌이 태어나기도 전에 죽음을 경험하고 죽음에서 걸어 나온 인물이었다. 1908년 6월생 매헌이 독립전쟁으로 순국하고 1908년 1월생이 제국대학에서 역설적으로 우리말과 글을 지키며 자강하고 있었던 1932년 우남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이자 미주 전권대사의 자격으로 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 일본을 국제연맹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극강의 외교독립투쟁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었다.

1953년 폐허위에서 통일 없는 휴전에 반대하며 절규하던 한국민의 곤궁한 처지를 보면서 거악의 일제에서 망국된 나라를 새롭게 건국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픙찬노숙 했던 독립전쟁의 순간에서도 좌절하지도 일희일비하지도 않았던 자신을 떠올리며 대한민국을 구할 신의 한 수를 우남은 그때 발견해 냈을 것이다.

6.25 전쟁은 초반의 기동전과 상륙작전으로 전황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발생한 포로들로 인한 포로송환문제가 처음 휴전회담 시작 때부터 중요현안이었다. 휴전회담이 교착되자 클라크 유엔사령관은 즉각 맥아더도 하지 않았던 북한의 수풍댐을 비롯한 군수 산업시설뿐만 아니라 북한 전역에 B29 폭격을 시작하여 북한 전 지역을 초토화 하자 김일성은 절멸의 위험을 느껴 스탈린에게 포로송환협정을 대폭 양보하더라도 휴전에 허락해 주기를 애걸했으나 미국과 중공을 한반도에 계속 잡아두기를 원했던 스탈린은 자기가 죽기 전에는 포로송환문제에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못 박을 정도로 한국전쟁 휴전협정의 뜨거운 감자가 포로송환 문제이기도 했다.

1953년 6월 6일 우남은 원용덕 헌병사령관에게 포로석방계획 수립을 지시하고 임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주미주재 인사들을 귀국시키고 휴전회담 대표를 소환하면서 휴전협정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으나 이틀 후 6월 8일 포로교환협정이 조인되며 곧이어 휴전협정도 조인도 초읽기에 들어가자 우남은 6월 18일부터 전국 8개 수용소에 있던 2만 7천 명의 반공포로석방을 결행하였고 유엔과 중공 북한은 경악하였고 특히 한국전쟁 조기종식이라는 미국 유권자와의 공약을 이행하여야 했던 아이젠하워에게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외교적으로 안겨주었다. 자유진영마저도 온갖 비난을 우남에게 퍼붓는 가운데서도 의연하게 버티며 제네바 협약 이행을 내세우며 포로의 추가석방을 압박한 노회 한 약소국 대통령의 결기에 미국대통령 아이젠하워는 우남의 협조 없이 한국전쟁의 조기종식이 어렵다는 점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2025년 문 정권에서 자행된 탈북어부 강제북송과 서해공무원 피살소각 사건에 새삼 우리 국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1심법원의 관련자 재판결과가 선고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대한민국 사법카르텔의 어두운 그림자를 본 우리로서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1953년 참혹하고 엄혹한 한국전쟁의 비극 한가운데서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눈 북한군 포로들 조차 국제사회의 압박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반공포로 석방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호하고 탈출시켜 북한치하로 돌려보내지 않은 우남과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들을 고문과 처형이 예상되는 독재자에게 강제북송하여 결국 처형시킨 문정권의 퇴행적이고 매국적 행태는 누가 국민을 사랑한 진실된 대한민국 대통령인지를 극명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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