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시니카를 열었던 진제국의 시황제, 진시황이 중원을 통일하고 천하를 호령하면서 만리장성을 쌓아 국경의 방비를 통해 국방을 튼튼히 했고 법의 엄정함을 세워 법치의 기강을 세웠으며 도량형을 통일하여 국가경제를 반석 위에 올렸으나 진시황 사후 3대를 못 버티고 환관 조고의 손아귀에 놀아나다가 나라가 멸망하고 진, 차이나, 시니카로 이어지는 패권질서의 이름만 제공한 진제국 망국의 원인은 환관 조고가 강요했던 사슴을 말이라 우기는 지록위마指鹿爲馬에서 비롯됨을 알아차린 그 당시 진제국의 신민과 관료들은 드물었다.
말과 글로 시작된 문명은 자연의 섭리가 지배하는 우주적 질서와 함께 말과 글이 만들어 내는 일종의 가상세계인 세상의 원리에 기대면서 인간적 서열에 의해서 자리 잡는 자리다툼에 따라 흥망성쇠를 반복하면서 유지되고 발전한다. 이렇게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원리는 마치 희비쌍곡선 마냥 자연과 세상을 관통하면서 리드미컬하게 흘러가야 하고 그 쌍곡선 안에 놓인 세상은 요동치고 그 요동에 따라 나와 나가 모여 만든 나라는 명멸하는 것이다.
요동치고 명멸하는 세상의 원리 만으로 우리가 사는 것이 아니다. 상선약수와 같은 자연의 섭리의 지배도 함께 받는 세상 속의 인간인 동시에 자연을 사는 사람인 우리가 자연의 섭리는 무시하고 인간의 원리에만 기대어 사는 것은 마치 희비쌍곡선 중에 즐거움만 쫓고 괴로움은 멀리하면서 자연이라는 섭리의 곡선은 있는 줄도 모르고 세상이라는 원리의 곡선에 매달려 사는 외줄 타기 인생을 사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욕위대자 당위인역欲爲大子 當爲人役,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라고 한 마태복음 20장 26절의 말씀은 1885년 국운이 저물어가던 한반도를 찾은 미국인 아펜젤러(Appenzeller, 1858~1902) 선교사가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교육기관인 배재학당의 교훈이었다. 크고자 하는 자는 남을 섬기라(마태복음 20장 26절)라는 성구를 당시 배재학당의 조성규 한문선생님이 한역漢譯 하여 배재학당의 교훈으로 삼은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 교육 기관으로서 민주적 자유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배재학당의 당시 교육시스템은 생각보다 훨씬 진보적이고 혁신적이었다. 등교할 때 양반들의 하인 대동을 금지시키고 입학에 신분차별을 두지 않았으며, 학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겐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학비부담의 경감과 경제적 자립을 도왔다. 또한 한자어 교육을 제외한 모든 교과들은 영어로 진행된 그야말로 당대의 신지식인과 혁신적 진보인재 배출의 요람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성경말씀에서 가져온 교훈 ‘겸손’과 ‘섬김’을 강조하였고, 민족의 선각자들 이승만, 서재필, 주시경, 김소월, 신흥우, 나도향, 지청천, 김옥균, 오긍선 등 많은 분들이 모두 “욕위대자欲爲大者 당위인역當爲人役”이라는 성경말씀을 교훈(校訓)으로 학교를 세우고 가르친 이 배움터가 길러낸 인물들이었다.
어쩌면 혼군 고종과 망국의 을사오적과 같이 세상의 원리에만 기대어 나라를 거악의 일제에게 넘겨준 인간만 있지 않았고, 망국이라는 재난 앞에서 세상적 원리뿐만 아니라 욕위대자 당위인역이라고 하는 자연의 섭리까지도 꿰찬 준비된 실력자들이 나라가 망하는 순간 누구는 망명하여 이역의 하늘 밑에서 풍찬노숙하고 누구는 식민지 조선에 남아 자강 하며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면서 독립의 그날까지 살신성인했고 분골쇄신했던 선각자와 투사들의 엉킨 피의 자취로써 우리는 독립했고 건국했으며 동족상잔의 전쟁을 이겨내고 재건했으며 번영했다.
2024년 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이권과 이념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라고 밝혔다. 1월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현 대표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 유세 중에 지지자를 가장한 66세 남성에게 피습당했다. 1월 5일 북한이 NLL 북방(북한 해역) 일대 영역에 09시부터 11시까지 200여 발 이상의 포격을 발사했다. 1월 9일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고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월 15일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폐지하고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등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의 개정을 발표했다. 2월 6일 보건복지부는 내년 의대 정원을 2000명으로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을 얻어 승리했다. 7월 23일 국민의 힘이 전당대회를 열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신임 당대표로 선출하였다. 7월 24일 북한이 7시 30분경 10차 오물 풍선을 발사했다. 7월 26일 2024 파리 올림픽이 개막하였다. 8월 1일 인천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가 일어나 차량 140대가 전소되고, 아파트에 수도와 전기 공급이 끊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8월 5일 코스닥이 -8.06%, 14시 15분 30초에 코스피가 -8.09% 하락하며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었다. 10월 10일 대한민국의 소설가인 한강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두 번째 사례이다. 대한민국이 유엔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 선출되었다. 평양 무인기 대북전단 살포 사건이 일어났다. 10월 15일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도를 폭파시킨 사건이 일어났다. 10월 17일 북한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전에 1만 2천 명을 파병했다. 11월 5일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미합중국 제47대 대통령, JD 밴스가 미합중국 제50대 부통령에 당선되었다. 11월 15일 2024년 APEC 페루 리마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2022년 이재명 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의 1심 결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비상계엄령이 시행되었다. 이는 10.26 사건 이후 45년 만이며 제6공화국 최초다. 하지만 해당 비상계엄령은 시행된 후 단 2시간 만에 국회에서 해제 의결안이 통과되고 발생 후 6시간 만에 최종 해제가 되며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12월 4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해서 내란죄를 적용하고 윤석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힘은 내각 총사퇴 및 윤석열 탈당을 건의하기로 했다. 12월 14일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진행하였으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했다. 이로써 윤석열은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다. 12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서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절차가 시작되었다. 12월 27일 달러 환율이 최대 1486.7원을 돌파했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최고가 경신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가 가결되면서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되었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이 전면 시행되었다.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가 발생하여 179명이 사망했다.
말은 말이고 사슴은 사슴이다. 이와 같이 2024년 12월 3일에 일어난 계엄은 계엄이고 내란은 내란이다. 사슴을 말이라 지록위마指鹿爲馬한 환관 조고가 진제국 멸망의 이유가 되었듯이 계엄을 내란이라고 지계위내指戒爲內하는 환관 조고가 대한민국 정치권에 득실득실하다. 누구는 개헌을 통해 영구적 권력찬탈을 노리고 누구는 계엄을 내란으로 탈바꿈시키려고 온갖 사기와 협잡 그리고 국민분열을 조장시키는 망동을 서슴지 않았고 누구는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망국 후 백 년 이상 우리가 쌓아 올린 선한 관행에 기반한 공동체의 선한 의지 will와 냉철한 이성 reason을 한 순간에 파괴하면서 지록위마指鹿爲馬와 판박이 지계위내指戒爲內를 앵무새처럼 외치는 그들의 머릿속에는 과연 욕위대자 당위인역欲爲大子 當爲人役이라고 하는 성경 말씀에 기반한 자연의 섭리는 안중에도 없고 깃털 같은 권력만 좇는 세상의 원리에 기대어 욕위소자 당위집권 欲爲小子 當爲執權이라면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이 만든 대한민국을 한낱 그들의 사리사욕을 채워줄 먹잇감이자 전리품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소인배들이 득실거리는 악세의 세모에서 발생한 무안공항의 참상은 백년전쟁의 포성처럼 전 국민들에게 전율의 공포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