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해 록] 백년전쟁 125,서지전속書止戰續 2025

by 윤해

1905년 망국의 을사년으로부터 육십갑자가 두 번 반복되는 120년간의 백 년 하고도 이십 년이 넘는 백년전쟁을 거치면서 2025년 혼돈의 을사년까지 우리는 숨 가쁘게 달려왔다.

대를 이어 영속하는 인류의 자연수명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지만 자연수명을 인류에게 국한하지 않고 생명체로 넓혀보면 모든 생명은 성장기의 6배를 산다는 수명이론이 그럴듯해 보인다. 그에 따르면 남자는 19세에 성장이 끝나니 19 ×6=114세가 되고 여자는 남자에게는 없는 생명잉태 지체가 완성되는 20세에 성장이 끝나므로 20 ×6=120세가 된다고 하니 자연 수명은 실로 세상 속의 평균수명과 비교할 바가 안되게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길고도 완전한 한 사람의 자연수명 120년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125편으로 일이관지一以貫之 한다는 것이 돌이켜 보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혹자는 수긍했고 혹자는 의심했으며 또 다른 혹자는 얼토당토 하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저었을 것이다. 백인백색의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공감을 얻기도 또 누군가의 동의를 받기도 기대난망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저 이 모든 글이 어쩌면 지금의 나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서신에 다름 아님을 절감해야만 글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묘한 아이러니와 역설 속에서 의기소침하면서도 용기를 내었고 분투좌절 하면서도 희망을 보았으며 결국 평정심을 가지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선한 의지 will와 냉철한 이성 reason을 부여잡고 글을 마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1905년 을사오적과 혼군 고종이 세상의 원리에 기댄 결과 망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이 땅을 사랑한 파란 눈의 선각자들이 뿌린 씨앗이 구한말과 식민지 조선의 척박한 땅에서 기적적으로 발아되어 독립과 건국, 분단과 전쟁이라는 미증유의 시련을 겪고도 인동초처럼 피어난 한 떨기 꽃처럼 민주화와 산업화라고 하는 두 가지 꽃을 활짝 피워 마침내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선진국 진입의 쾌거와 함께 88 올림픽을 통해 세계 패권질서의 방향까지 돌리며 팍스 아메리카나를 여는 주역으로 성장했다는 엄청난 열매를 온 세계가 인정함에도 우리 안에서 암약하는 이적매국세력들은 여전히 부정하는 현대사의 역설을 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보고도 믿지 않고 듣고도 알지 못하는 분단국가의 현실과 그로 인해 야기된 짙은 이념적 스펙트럼 앞에서 때로는 좌절했고 때로는 극복했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물이고, 당연하게 미래도 현재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 당연한 섭리를 들어도 알지 못하고 봐도 믿지 못하는 자들의 사고구조는 한마디로 과거에 대한 원한과 복수로 가득 차 있다. 원한이 있으면 과거로 가서 풀어야 하고 복수를 하고 싶다면 현재를 다 갈아엎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로 갈 타임머신을 만들 능력이 못된다면 우리는 과거의 원한을 용서하는 수밖에 없고 현재를 송두리째 갈아 넣고 미래세대를 재앙으로 몰고 가지 않으려면 복수는 부질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적 매국세력들이 집권하면 파헤치는 과거사 정리와 역사 바로 세우기는 그들의 원한풀이에 다름 아니며 그들이 현재에 삼매 할 수 있는 실력도 능력도 없음을 스스로 자복하며 동시에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은 그야말로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음을 자백하는 증거이다.

무성영화계의 천재 찰리 채플린이 간파한 "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은 역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905년 을사년부터 2025년 을사년까지 120년간 달려온 한반도의 거시사는 다채로움과 경이로움의 연속이었으며 대한민국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북한마저도 우상향 하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온 희극의 현대사였다. 우상향 하며 발전한 희극의 거시사에 비하면 그 희극의 거시사를 견인하느라 현대사의 최전선에서 일빵빵(100) 소총수로서 온갖 궂은 일과 험한 일, 심지어 목숨까지 내어 놓아야 했던 한반도 백년전쟁의 아픔과 슬픔을 오롯이 감내해야 했던 미시사의 주역이었던 국민들이 치러야 했을 비극의 미시사는 영광스러운 국가의 거시사와는 별개로 120년간에 걸친 아픔의 현대사이며 비극의 미시사라고 불러도 조금의 가감이 없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모든 공동체는 분열한다. 희극의 거시사와 비극의 미시사가 공존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공동체가 이루어냈던 찬란한 영광은 다 어디로 가고 그때부터 영광되고 찬란했던 공동체는 비극적 미시사의 주역들에 의하여 갈가리 찢어지고 분열되면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이 반복되는 역사의 정반합이다.

1월 15일 12.3 비상계엄으로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었다. 이는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사례다. 1월 17일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청구했다. 이는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이다. 1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심문이 종료되었고, 이에 따라 구치소 앞쪽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로 인해 애오개역 인근이 혼잡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었다. 이는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사례이다. 윤석열 지지자들이 대통령의 구속 소식에 분노하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하는 폭동 사건이 일어났다. 이 역시 헌정사상 최초이며 이로 인해 서울서부지방법원이 피해를 입었고, 89명이 체포되었다. 1월 20일 정오에 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었으며,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와 부통령 당선인 JD 밴스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이 날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3월 20일 국민연금 개혁안이 여야 합의로 타결되었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현행 40%에서 43%로 인상하기로 했다. 4월 3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발 상호관세가 미국의 주요 교역상대국들에 부과되었다.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복잡계를 살면서 우주적 섭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하루도 살지 못하는 마이크로적인 미시계와 세상적 원리에 의해 좌우되는 마크로적인 거시계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매일매일이 모순과 싸우고 합리와 불합리를 오고 간다. 2025년 , 망국의 을사년에서 120년이 흘러 을사년이 돌아왔지만 세상의 원리가 작동되는 한 을사오적이 을사백적이 되고 도적의 숫자는 세상의 원리에 기대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떨어지는 해를 잡을 수 없듯이 국가의 흥망성쇠라는 리듬도 어찌해 볼 수는 없다. 다만 각자도생의 세상으로 접어들면서 국가의 도적은 더더욱 국민들을 분열시키면서 갖은 이유를 대면서 공동체의 곳간을 무지막지하게 털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부담은 영문도 모른 채 태어나는 우리 후손들의 몫이 될 것이다. 그렇게 국가는 무너지고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국가의 구성원들은 비극의 미시사로 끌려들어 간다. 이것이 120년 전 1905년 을사년 당시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가 처한 망국의 비극이었다. 그 망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식민지에서 태어난 1908년 1월생은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 살아서 자강 했고, 1908년 6월생 매헌은 당랑거철의 각오로 거악의 일제에 맞서 한 목숨을 바치며 스러져 갔다. 이처럼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과 같은 수많은 망국의 식민지 청년들은 혼군 고종과 을사오적이 팔아치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인생을 갈아 넣고 목숨을 내어 놓으면서 달려온 증거가 2025년 을사년의 번영된 대한민국의 모습일 것이다.

서지전속書止戰續, 글은 멈추지만 분단된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사이버 전쟁은 쉼 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거듭된 회색 전쟁 속에서 피아와 참 거짓이 애매하고 모호하게 호도되는 한반도 백년전쟁은 일상이 전쟁인 사이버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부지불식간에 끌려들어 갈 것이다. 그렇게 우하향하면서 대한민국은 흥망과 성쇠를 오락가락하면서 부침을 거듭하고 지금 현재 우리의 판단이 우리 후손들의 삶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그동안 귀한 시간 내서 읽어주신 독자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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