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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해 록 ] 천시天時와 지리地理 그리고 인간人間

by 윤해

하늘은 시간을 타고 흐르고 땅은 풍수의 이치에 따라 형성되며, 사람은 이렇게 흐르고 형성된 시공간 사이사이에서 분투노력하고 이름을 남기며 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고 사라지면서 시간과 공간과 인간이라는 삼간이 구체적으로 구현된 천지인이라는 환경하에 놓여 있고 이 천지인은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앎이라고 하는 허들을 넘어 사안의 경중과 일의 다과를 조율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성장을 위한 장애물이며 번영을 향한 무대라고 불러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성장을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과 번영을 향한 무대로서 천지인이라고 하는 이름을 붙이듯이 사람은 태어나면서 이름을 얻고 마치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이 사람도 죽어서는 이름을 남긴다.


6.25 전쟁은 한민족에게는 죽음보다도 더한 비극이었으며 동족상잔의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참혹한 지옥도였으나, 지옥에서 살아 나온 자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성장통의 역치를 선물로 주었고, 번영을 담보하는 극심한 성장통 주사를 일거에 주입시키는 전쟁의 기적을 불러왔다.


캠프 워커, 캠프 헨리, 캠프 캐럴은 칠곡과 대구를 사수하기 위해 치렀던 치열했던 낙동강 방어선이라고 하는 6.25 전쟁 최후의 교두보를 지켜낸 유엔군 장군들을 기념하여 그들의 이름을 딴 주한 미군기지의 이름이다.


불도그같이 저돌적이고 한 번 물면 절대 놓아주지 않는 이미지의 워커 중장은 6.25 전쟁의 국면을 일거에 전환시킨 망치와 모루작전 hammer and anvil에서 맥아더 장군의 망치였다. 1대 9의 고독한 결정으로 인천상륙작전 OPERATION CHROMITE을 단행한 맥아더의 머릿속은 정치적 성향이 강했던 미합참의장 브레들리와는 달리 오로지 전쟁의 승리만을 위하여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인천상륙작전 OPERATION CHROMITE을 통해 크롬이라는 금속을 첨가하여 그의 군대를 강철같이 만들어 북한군 병참선을 끊어버리고 서울을 수복하여 강철모루로 만들어 놓고 그 모루 위에다 낙동강 전선에서 패주 하는 북한군을 올려다 놓고 낙동강 전선을 뚫고 북진하는 미 8군 사령관 워커의 부대가 망치가 되어 인정사정보지 않고 북한군을 두드리자는 망치와 모루 hammer and anvil 작전은 한국전쟁의 국면을 일거에 수세에서 공세로 돌려놓고 북한군의 사기를 단숨에 꺾어 광복 이후 우리 민족의 염원인 북진통일의 서광이 비추는 감격적인 순간을 마주한 계기가 되었으며, 작전의 주인공, 망치의 역할은 단연코 낙동강 방어선에서 건곤일척의 총력전을 뚝심으로 막아낸 워커 장군이었다.


1889년 12월 3일 미국 텍사스 주 벨튼에서 태어난 월튼 해리스 워커 (Walton Harris Walker)는 6.25 전쟁 당시 주한 미 제8군 사령관 재직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제2차 세계 대전과 6.25 전쟁에서 영웅적인 공적을 세운 미 육군 장군으로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6.25 전쟁에 참전한 대표적인 명장이다. 2차 대전 유럽 전장에서 최고의 명성을 떨친 패튼의 휘하에서 그의 전술을 체득한 타고난 보병 장군 워커는 그의 이름과 같이 평생을 전장을 발로 누비다가 1950년 12월 23일 경기도 양주군 노해면 도봉리 3구 외곽도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트럭과 정면충돌하여 한국 전장에서 천시를 다하고 유명을 달리하였다. 그의 마지막이 그의 상관 패튼 장군의 교통사고와 닮아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군 복무를 한 사람들은 군화를 워커라고 부른다. 워커의 유래가 워커장군에서 나온 이름인지 알고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군화가 대량으로 보급되었던 6.25 개전 초기 군화컨테이너 하역 노동자가 미군에게 이게 뭐냐고 물어보았는데 미군은 자신의 소속부대명을 묻는 줄 알고 워커라고 대답한 것이 굳어져서 군화를 워커로 불렀다는 설이 꽤 유력하다.


지금도 한강의 기적이 시작되는 광진구 아차산 자락의 언덕 워커힐 호텔에서 한강을 굽어보며 그가 지켜냈던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던 극동의 신생 약소국이 국체를 보존하고 번영하여 산업화의 기적을 이루어 내고 세계패권질서의 린치핀으로 성장하여 그의 조국 미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으로서 워커장군은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도 그의 이름을 딴 부대가 굳건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차산성에서 전사한 온달장군이 부러움으로 벌떡 일어날 만큼 워커 장군은 살아서는 평생을 전장에서 죽을 고생을 하였지만, 죽어서는 명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번영된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하였다는 역사적 진실 앞에서 과연 인간人間 워커장군이 천시天時를 다하며 지켜낸 지리地理, 낙동강과 한강은 아는지 모르는지 낙동강에서 시작된 산업화의 기적이 한강의 기적으로 옮겨가면서 오늘도 말없이 두 강은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youtube - 윤해록[월튼 워커 장군 기적을 만든 사람]

https://youtu.be/aXdv8N-tUh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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