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라는 팝송을 번안곡으로 부르거나 듣다 보면 한국어 만의 독특한 연음과 중의적 해석이 개입되면서 외롭고 괴로울 때 나를 비추는 달이 된다는 것인지 외롭고 괴로운 상황을 벗어나게 해주는 다리가 되어 준다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물론 원어로 부르면 'Bridge Over Troubled Water'로 다리가 명확하지만 진리어인 한국어의 특성은 푸른 하늘 은하수에 하얀 쪽배를 타고 건너가는 옥토끼처럼 달을 다리 삼아 언제든지 지구로 건너올 수 있다고 하는 마고문명적 세계관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1969년에 작곡되어 1970년 사이먼 앤 가펑클이 해산하기 직전에 발표된 곡이다. 이 곡 하나로 순식간에 빌보드 차트의 1위를 차지한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라고 하는 노래는 그 이후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속삭이듯 알려주면서 전 세계 가장 많은 사람들이 흥얼거리며 부르고 듣는 애창곡 중의 하나가 되었다.
때로는 우리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비춰주는 달처럼 때로는 험한 세파의 파도를 헤쳐나가게 해주는 징검다리와 같은 고마운 다리로 여기서 저기로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는 주옥같은 가사와 환상적 멜로디는 험한 세상을 만나 넘어지고 좌절의 구렁텅이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 그리고 격려가 된 그야말로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된 명곡으로서 글과 멜로디의 선한 영향력을 실감하면서 들어보면 좋은 노래라고 추천해 본다.
이처럼 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산절수절이라고 하는 시절운을 만나면서 돌아가기도 돌파하기도 하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행위의 연속이다. 쉴 새 없이 군불을 지피는 세상에서 열받지 않을 사람이 없고 정신없이 물을 퍼붓는 악세를 만나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없겠지만 우주의 유일무이한 중심이자 천상천하 유아독존하는 자신의 처지를 인지하는 순간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환경적 장해물은 한갓 신기루에 지나지 않으며 시절운에 따라 명멸하면서 왔다가 사라지는 자기 성장의 재료일 뿐이라는 어렴풋한 확신이 다가올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자기 확신이 점점 더 뚜렷해질 때쯤 나를 둘러싼 장해물障害物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고 그것은 장해障害 라기보다 스스로 나를 옭아매는 장애障礙에 가깝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순간을 맞이한다.
세상 속을 헤쳐나가다 보면 참선과 명상을 통하여 비록 단번에 깨달음을 얻었다 할지라도 계곡옆에 선방을 지어 흘러가는 물이 쉴 새 없이 계곡의 바위를 깎아 잔돌을 만드는 것처럼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심정으로 마음을 갈고닦는 돈오점수頓悟漸修의 수행법이 있고 사찰의 외진 선방에서 한순간 단박에 깨달아 득도하는 돈오돈수頓悟頓修의 수행법이 있다.
비록 수행법은 다를 망정 험한 세상을 밝게 비추는 달이 되고 고달픈 세상을 헤쳐나가는 가장 강력한 다리가 되며 마침내 인생의 이정표를 찍고 여기서 저기로 한 단계 레벨업을 시켜주는 징검다리이자 절대반지는 그것이 단박에 내 안의 장애를 깨 버리는 돈오돈수가 되었거나 점진적으로 내 안의 장애를 깎아나가는 돈오점수가 되었건 간에 수행법은 달라도 내 안에 있는 마음의 장애를 깨지 않고는 한 발자국도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내 밖에 있는 장해물은 한갓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믿음을 갖게 되고, 우리는 드디어 한 생에서 마주하는 산절수절을 넘어갈 수 있는 달이 내 안에서 나를 비추고 있으며 깊은 물을 건너갈 수 있는 다리도 내 안에 있으며 궁극적으로 삶의 이정표를 찍을 수 있는 징검다리 마저 내 마음에 달려 있음을 단박에 깨닫는 돈오돈수를 산사의 선방이 아닌 혼돈의 악세 한가운데에서도 너끈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내 마음먹기 달려 있음을 돈오돈수를 통해 깨닫고 내 손을 가지고 돈오점수의 수행법으로 쉬지 않고 수고한다면 험한 세상의 장해물은 나의 성장을 위한 무대장치로 보일 것이고 그것을 환하게 비추는 달은 이미 내 마음 안에 있고, 악세를 넘어가는 다리는 내 손안에 있음을 감사하는 순간 내 안에 장애는 눈 녹듯이 사라지며 108 번뇌는 108 희열로 바뀌면서 우리는 우리 밖에 있는 세상에 집중하는 것을 줄이고 내 안에 있는 억겁의 세월로 녹여낸 소우주와 마침내 조우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