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을 이루고 세상을 사는 인간에게 있어 시간은 공간만큼이나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뜻한 보금자리, 스위트 홈과 같이 동서양 공히 자기가 사는 집이 우주의 중심이다. 모든 공간은 여기 마이홈에서 뻗어나가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법이다. 여행은 떠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해가 갈수록 공감이 가는 것을 보면 결국 시간도 인간이 공간을 이동하는 과정 중에서 느끼는 환각 hallucination일지도 모른다. 다만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할루시네이션이기 때문에 마치 시간이 존재한다고 철석같이 믿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처럼 실체가 없는데 모두가 공감하는 음영 같은 개념은 아닐까? 의심해 본다.
음영이든 실물이든 쏜 살 같이 흘러가는 시간은 의식의 흐름을 타고 공간은 물론 인간마저도 순식간에 추월하면서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며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고 하는 히브리서 11장 1절의 말씀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시라는 실체는 보여주지 않고 사이사이를 흘깃흘깃 흘리면서 시간을 잡으려고 하면 달아나는 첫사랑 여인의 옷깃 마냥 의식이 추억이 되는 순간만 인간에게 허락되는 시간은 도도하고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아름다운 처녀와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한 해의 마지막날 12월 31일은 숫자가 주는 무게 때문에 저절로 마음이 찹착해지는 날이다. 한 시도 바람 잘날 없던 대한민국에 시뮬레이션 simulation과 같은 계엄이 내려지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야당의 허슬 hustle 플레이가 이어지면서 계엄이 내란이 되는 내란몰이의 광풍으로 온 나라가 쪼개지고 이 틈을 파고든 허슬러들이 좌우갈등을 폭발시켜 그동안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였던 합리적 이성 reason과 건전한 의지 will를 송두리째 잘라내어 젊은 세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마지막 싹마저 파헤쳐 버리는 참담한 나라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려고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켜켜이 쌓인 유해균의 발호가 유익균을 무력화시켜 눈치꾼균들이 대거 유해균에 붙어버려 중병에 들어가는 인체처럼 대한민국은 끝을 헤아리기 어려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사화와 환국을 통해 왕권과 신권이 경쟁하던 조선 중기를 지나 탕평책으로 사색당파를 척결하려던 영정조의 마지막 노력이 어이없는 어부지리 외척의 발호로 노론 일색으로 귀결되면서 왕권과 신권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조선은 망국으로 달려갔고, 망국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도 없는 고통을 일제하 식민지 청년들에게 전가되었다.
독립전쟁 노선의 갈등으로 촉발된 한민족 분열의 역사는 이념, 남북, 동서, 좌우 대립을 거쳐 시뮬레이션 계엄에 이은 내란몰이 와 같은 허슬 플레이어들의 집요한 공세로 또다시 어이없게 어부지리로 권력을 조선말 노론외척이 가져간 것처럼 2025년에 출몰한 허슬러들에게 고스란히 권력을 넘겨주는 역사의 평행이론을 우리는 올해 지겹도록 지켜보고 있다.
세상은 이렇게 엄혹하게 돌아가도 그 세상을 사는 사람은 어떻게든 유의미하게 한 생을 살아 내야 할 운명과 숙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즉 엄혹한 세상에서도 활로를 찾고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오르막은 오르막대로 에너지를 쥐어짜면서 일보 전진을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도 내리막길을 만나면 질서 있는 퇴진을 도모하면서 노욕을 삼가고 떠난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도록 힘쓸 때이다.
2025년 고루하고 지루하며 완고하기까지 한 저에 대한 반성의 글을 마다하지 않고 읽어 주신 수많은 독자께 감사드리고 이렇게나마 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새해에는 더욱더 성숙된 모습으로 다가가기를 기원드리며 그렇게 성장하도록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