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날이 시작된 지도 나흘이 지났다. 새해 첫 주말의 조용함은 마치 폭풍처럼 시작될 2026년 한 해를 예견이라도 하듯이 폭풍전야의 고요를 연상시킨다.
한 표를 가진 체제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공동체를 향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나와 너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사활까지도 달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역사의 무게가 살면 살수록 무겁게 느껴진다.
2012년 종편방송에서 시작한 히든싱어는 2022년 시즌 7편까지 성황리에 방영된 프로그램이었다. 모창과 원곡의 경계를 허물고 원곡가수 보다 더 원곡에 가깝게 부르는 일반인들을 보노라면 흥과 끼의 민족성을 타고난 우리나라에서 가수라는 직업으로 생존한다는 것이 얼마나 극한직업인가를 느끼게 하는 경연프로그램이었다.
감추어진 가수라고 하는 의미의 히든 싱어는 원곡의 미세한 떨림마저 놓치지 않고 피나는 모창을 한 평범한 일반인들을 원곡가수로 오해하는 판정 결과가 반전에 반전을 더해 프로그램의 재미를 배가 하면서 허탈해하는 원곡가수와 판정단의 한숨과 탄복이 뒤섞인 피날레는 묘한 여운과 함께 그동안 확신했던 우리 모두의 귀를 의심케 하기 충분했다.
히든 싱어가 우리의 귀 하나를 의심하게 한다면 히든 히어로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가지는 여섯 가지 감각 기관인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라고 하는 육식으로 여섯 가지 인식대상인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 즉 육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사는 존재라는 사실에 깊은 의심이 갈 정도로 한 길 사람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지고 지난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는 주객과 가치가 전도된 세상에서 적반하장식의 승자의 기록인 역사상 영웅들의 서사 역시 믿고 싶은 것 만을 보려고 하는 인간의 내재적 욕망을 툭 건드리면서 만들어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의 자화상과 민낯은 차마 열거하기도 곤란한 치부로 도배를 하고 있다. 그에 반해 드러나지 않은 히든 히어로들이 음지에서 바친 헌신 때문에 역사는 사필귀정으로 마무리되면서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한다고 하는 역사의 섭리를 우리는 반드시 기억하고 알아줄 때 영웅을 참칭하고 히든 히어로들의 헌신의 싹을 자르는 모리배와 매국노들의 창궐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1952년 1월 20일 금성(철의 삼각지) 전투에 투입된 미 제40 보병사단 조셉 클리랜드(Joseph Pringle Cleland) 사단장은 치열한 전장 한가운데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그 당시 한국의 전시 천막학교 학생들의 모습에 감동하여 1만 5천 명의 사단 부대원들에게 2달러를 모금하여 총 3만 달러의 거금을 마련하고 공병으로 하여금 10개의 교실을 건축하여 지금의 가평고등학교를 설립하였다.
클리랜드 사단장은 전역 후에도 자신의 연금 일부를 가평고등학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하였고, 전후에도 제40 보병사단은 매년 학교를 방문하여 장학금을 기증함으로써 우의友誼를 유지하고 있다고 6.25 전사를 쓰고 있는 나의 글벗은 전한다.
가평고등학교의 전신이 카이저 중고등학교라는 사실도 나는 처음 알았다. 1952년 1월 20일 금성(철의 삼각지) 전투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LA에서 동원된 19세의 카이저(Kenneth Kaiser Jr) 하사가 미 제40사단으로 참전하여 첫 전투의 희생자가 되었다. 한편 가평주민들은 전시에 학교를 세워준 클리랜드 사단장에게 감사한 마음에 클리랜드 중 고등학교로 학교명을 정하고자 강력히 요구하였다. 그러나 클린랜드 사단장은 자기 사단이 한국에 와서 최초로 치른 철의 삼각지, 금성전투에서 첫 번째로 희생된 전사자인 19세의 카이저(Kenneth Kaiser Jr) 하사의 이름을 따서 카이저 중고등학교로 학교명을 정하기로 고집하였고 끝내 관철시켰다고 글벗은 전한다.
히든 히어로는 미 제40 보병사단 조셉 클리랜드(Joseph Pringle Cleland) 사단장과 같은 사람들이다. 전장에서 계급 가지고 온갖 갑질을 하면서 부하의 전공을 가로채 자기의 공으로 돌리면서 부하들을 사지로 모는 만들어진 영웅들의 악행이 만연한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군인으로서의 소임과 휴머니즘을 잃지 않고 할 수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야 말며, 그로 인해 얻은 명예는 가장 낮은 곳에서 희생한 말단 병사에게 돌린 클리랜드 사단장이야말로 히든 히어로의 전형이라고 부를 만하다.
히든 싱어 판정단이 원곡가수와 모창가수를 뒤바꾸는 실수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지만 히든히어로들과 가짜영웅들을 판별하지 못하는 육식과 육경이 망가진 공동체와 나라는 곧바로 빛의 속도로 패망한다.
2026년 새해에는 새해에 밝게 떠오른 해와 같이 나와 너 모두가 육 근과 육식이 밝아져 히든 히어로를 알아보고 닮아가는 한 해가 되어 가짜와 사이비가 발도 못 부치는 세상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