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善意가 호의好意가 되고 호의가 권리權利로 자리 잡고 권리가 독선獨善으로 흘러 결국 독재로 마무리되고 있는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일어난 권력 헤게모니를 둘러싼 행간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대략 난감할 뿐이다.
절대 독재의 상징과도 같이 왕왕거리면서 전제 정치를 일삼던 왕조王朝가 무너지고 그 자리를 대체한 공화정共和政은 나뿐 자들을 척결하고 함께 화합하여 정치를 하자는 체제로 출발하여 대중의 선의를 기반으로 서로 좋은 나라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호의에 힘입어 수많은 구성원들의 희생을 딛고 구체제를 전복하고 신질서를 세웠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호의를 권리로 인식하면서 칼을 벼르듯이 날을 세우면서 함께 화합하기는커녕 자기만 옳다는 독선의 나팔을 뻔뻔스럽게 불다가 결국 지독한 독재를 자행하면서 도로 절대왕조로 회귀하는 역사의 평행이론 앞에서 정반합으로 설명되는 헤겔의 변증법이나 도전과 응전이라는 토인비 역사해석마저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왜 이러는 걸까? 세상을 글로 밝히는 문명세상의 원리에 역행하여 그리고자 하는 글도 없이 개인의 결핍에 기인한 부질없는 공명심으로 세상을 막연히 밝히고자 하는 욕심으로 똘똘 뭉친 빌런들은 세상 인간들의 선의와 호의를 이끌어 내어 세상을 뒤집을 권리를 손아귀에 쥐고 호의를 독선으로 악용하여 자기들만의 패거리를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고 온 세상 인간들을 도탄에 빠트리는 익숙한 메커니즘을 반복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통하여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는 자연이 생명을 내어놓을 때, 봄이면 씨가 발아되어 새순이 돋고 새순이 가지를 치면서 뿌리는 땅으로 파고들어 기초를 다지고 줄기는 하늘로 향하며 형형색색의 꽃망울을 터뜨리고 꽃이 지면 푸른 이파리가 짙은 녹음을 더하는 여름의 작렬하는 뙤약볕 아래 부지런히 광합성과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덩치를 키우다가 신산한 가을 햇볕 아래 열매가 열리면서 비로소 생명의 본질이 드러나고, 겨울의 황량한 바람 아래 모든 것을 떨구어 내고 남은 앙상한 가지가 남은 모습이 한 생을 살아낸 우리의 진면목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략도 비약도 도약도 없이 생명의 시계추는 좌우로 묵묵히 규칙적인 진자운동을 반복하다가 때가 되면 멈추고 만다는 운명과 숙명의 섭리를 조금이라도 자각한다면 선의는 선의로, 호의는 호의로 갚고 권리는 의무로 독선은 공동선으로 독재는 민주로 되돌려 주어야 그 세상을 문명세상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운 야만적인 악세를 만나면 어떻게 하든지 법이라고 하는 글을 세워 주먹이라고 하는 어둠을 몰아내고 문명의 등불을 밝히려고 수많은 대중의 희생을 거름 삼아 악세를 몰아내고 힘겹게 세운 연약한 법치를 대중의 선의로 탄생한 살아남은 소수의 빌런들이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여 글로 만든 법을 교묘히 틀어쥐고 권리를 자기들만의 독선으로 포장하고 독선을 무기로 그들만의 영원한 부귀영화라는 헛된 욕망을 꿈꾸며 그야말로 독재로 달려가는 기막힌 현실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독재자는 악마의 모습을 한 빌런들이 아니라 선의와 호의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의무라고 하는 채무가 있는 권리를 독선으로 위장하고 공동체가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다리가 불살라지고 끊어졌다는 것을 확인한 후 거침없이 독재로 달려가는 부류들이다.
이런 부류들은 호시탐탐 작정하고 이 기회만을 노린다. 그리고 자석에 이끌리듯이 성공한 독재자들을 추앙하며 만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세상에는 혁명적으로 집권한 과정과 무늬만 독재자의 모습을 보인 영웅들이 드물게 있는 반면에 오직 자신과 패거리의 부귀영화를 목적으로 뼛속까지 독재자인 빌런들이 수두룩 하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이러한 부류들을 솎아내기 위한 지난한 투쟁이었다고 정의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지난한 투쟁과 희생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하자마자 선의와 호의의 가면을 쓰고 작정하고 덤벼드는 빌런들의 발호가 예사롭지 않다.
북중러로 대표되는 독재국가 국민들의 처지가 어떤지 한 번만 생각해도 판단될 문제를 가지고 선의와 호의, 권리와 독선으로 뒤범벅이 된 희대의 빌런들은 그들만의 독재를 위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공동체가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다리룰 불사르고 파괴하기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도깨비방망이를 두드리고 있다.
달콤한 선의와 호의의 가면에 한 눈이 팔린 주권자 국민들은 그들의 가면뒤의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유유상종하고 부화뇌동하면서 그들이 가면을 하나하나 벗어던지면서 능수능란하게 경극변검을 연기해도 직전기억에 취해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는 동안 선의 호의의 가면은 벗겨지고 권리 독선 그리고 최종적으로 독재자의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날 즈음 우리는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독재국가의 국민이 되는 길로 급속히 접어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