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해 록 ]원웨이 티켓 One way ticket

by 윤해



우주를 유영하다가 지구에 불시착한 여행객이라고 우리를 가정하면 우리의 부모는 우리를 지구라고 하는 목적지로 인도한 허브 공항과 같고 허브와 같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열 달간 인큐베이팅된 다음 우리의 지체가 지구환경에 적합할 정도가 되면 공항의 출입국 사무소와 같은 모체의 산도를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두 번 돌아 나오는 출생의 순간 공항검역소와 유사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편도표 One way ticket인지 왕복표 A round trip ticket 인지 모를 이름표와 인식표를 손목에 매단 체 우리는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가기 위한 준비를 마친다.

지구 환경은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원리가 공존하면서 섭리만으로 살 수 없고 원리만으로 생존이 불가능 하여, 늘 이 둘의 균형을 맞추어 사는 것이 중요함에도 왕복표를 발급받은 사람은 섭리에 우선하여 춘하추동 전후좌우 사방팔방을 둘러보며 살아가는 반면에 편도표를 손에 쥔 인간은 원리에 목매며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간다.

이처럼 세상은 섭리와 원리가 교차하며 경쟁하는 무대이며 이 무대에서 배우로 배우는 사람은 배역에 따라 섭리를 배우기도 하고 원리에 세뇌당하기도 하면서 한 생을 사는 것이다.

한반도 백 년 역사에서 사반세기가 모자라는 75년 전 크리스마스이브에 메리더스 빅토리아(SS Meredith Victory)호 함상에서 태어난 5명의 출생 스토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전쟁터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흥남철수 작전의 반전드라마의 클라이맥스와 같은 복음이었다.

이처럼 흥남철수작전이라고 하는 사상최대 작전의 백미는 십만 명 가까운 피난민을 구해내기까지의 긴박하고 급박한 러닝타임 동안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연출한 배우는 10 군단장 아몬드, 현봉학 통역고문, 해병대 에드워드 포니 Edward Forney대령이 주역이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집결한 금순이를 포함한 30만 명의 피난민들의 모습은 마치 남극대륙에서 차디찬 유빙에 언제 뛰어들어야 하는지를 심산하고 있는 거대한 펭귄무리와 다름없었다. 해방 후 5년 동안 소련점령 하의 공산당 통치에 신물이 난 야생기가 충만한 함경도 일대의 북한주민들은 초여름에 시작된 전쟁이 겨울까지 이어지고 사선을 넘나들면서 공산주의의 실체를 똑똑히 체험하면서 유엔군과 국군이 퇴각하는 북한 땅에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절감하면서 미련 없이 남부여대하고 아이의 손을 잡고 정든 고향을 등지고 남쪽으로 내려오기를 학수고대하면서 망부석 같이 흥남부두에 집결하여 오직 배에 승선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피난민수송에 부정적이었던 10 군단장 아몬드를 설득하는 현봉학 민사담당 고문은 처절하기까지 하였고 상륙전문가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친화력이 보태어지면서 완고했던 아몬드도 피란민 탑승을 허락했고 그에 화답하여 빅토리아호의 화물적재칸을 전광석화처럼 개조한 레너드 라루 Leonard LaRue선장과 같은 히든히어로들의 활약으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시작되었으며 결국 크리스마스이브에 함상에서 5명의 고귀한 생명이 태어남으로써 흥남철수작전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사반세기가 3번 흘러가는 동안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대한민국의 기적으로 바뀌어가는 동안 흥남부두에서 다시는 정든 고향으로 돌어갈 수 없는 편도표, 원웨이 티켓을 거머쥔 십만여 명의 피난민들은 그들과 같은 시각에 장진호의 지옥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하여 질서 있는 퇴진, 역방향 진격을 완수한 십만 대군과 함께 사상최대의 해상철수 작전의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실감하지 못하고 정든 고향으로 돌아올 왕복티켓 A round trip ticket에 대한 일말의 미련과 기대로 몸부림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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