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아니오’와 침묵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기도가 하늘에 닿지 않는 것만 같은 순간은 신앙의 길을 걷는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하나님께 가장 가까웠던 성경 속 인물들도 우리처럼 하나님의 거절과 침묵을 경험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는 평생 꿈꾸던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절히 구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미 므리바에서의 불순종을 이유로 그에게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선언하신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기도에 다시 단호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만해도 족하니 이 일로 다시 내게 말하지 말라.” (신명기 3:26)
하나님은 모세를 친구처럼 대하셨지만, 사랑하는 자에게도 그의 불순종에 대한 징계적 공의가 분명히 작용한 순간이었습니다.
다윗은 밧세바와의 죄로 인해 태어난 아이가 죽어갈 때, 땅에 엎드려 울부짖으며 기도했습니다.
“혹시 여호와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사 아이를 살려주실지 누가 알랴.” (사무엘하 12:22)
그러나 아이는 이레 만에 죽었고, 다윗은 곧 몸을 씻고 경배하며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공의로우신 하나님은 다윗을 사랑하는 만큼, 그가 감당해야 할 죄의 결과를 피하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거절이 항상 우리의 잘못 때문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더 깊은 은혜를 위해 '아니오'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죄 없이 고통받던 욥은 하나님께 이렇게 울부짖습니다. “내가 부르짖어도 주께서 대답하지 아니하시나이다.” (욥기 30:20) 하나님의 침묵은 욥에게는 가장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었지만, 결국 그 침묵 끝에 그는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는 신비한 자리로 나아가게 됩니다.
사도 바울도 육체의 가시를 제거해 달라고 세 번이나 기도드렸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렇게 답하십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고린도후서 12:9)
하나님은 때로는 문제를 없애는 대신 그 문제를 견딜 수 있는 은혜를 부어주십니다.
예수님조차 겟세마네에서 “이 잔을 지나가게 해 달라” (마태복음 26:39)고 기도하셨지만, 하나님은 그 기도를 거두지 않으심으로써, 아들의 희생을 통해 인류 전체를 구원하는 더 큰길을 여셨습니다. 예수님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거절’은 역설적으로 인류 구원에 대한 가장 큰 ‘응답’이 되었습니다.
성경의 인물들뿐 아니라, 역사 속 신앙의 거장들도 하나님의 침묵과 거절을 깊이 경험했습니다.
영국 시인 윌리엄 카우퍼는 평생 극심한 우울증과 싸웠습니다. 그는 자살 시도 직후에 "하나님은 신비한 방법으로 일하신다(God moves in a mysterious way)"라는 아름다운 찬송 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험해 보이는 섭리 뒤에 그분은 미소 짓는 얼굴을 숨기고 계신다.
(Behind a frowning providence He hides a smiling face.)"
그는 죽기 직전 “나는 버림받지 않았다!”고 외치며 기쁘고 평안한 얼굴로 눈을 감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평생의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 하나님이 자신을 붙들고 계셨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C.S. 루이스도 아내 조이의 암을 낫게 해 달라고 매달려 기도했지만 돌아온 것은 하나님의 침묵뿐이었습니다. 그는 그 침묵을 “안에서 빗장을 걸어 잠근 듯한” 느낌이라고 그의 저서 『헤아려 본 슬픔(A Grief Observed)』에 적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은 왜 아내가 죽어야 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으셨지만, 그 어떤 설명보다 더 확실하게 '내가 너와 함께 있다'는 강력한 존재감을 느끼게 해 주셨음을. 루이스는 하나님의 ’설명’이 아니라 하나님의 ’얼굴’을 대면하며 평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도가 응답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습니까?
위에서 살펴보았듯, 하나님은 잘못된 기도는 사랑의 훈육으로, 더 완벽한 때를 준비하실 때는 기다림으로, 다른 길을 열어주실 때는 더 큰 계획으로 우리의 기도와는 다른 응답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거절이나 침묵은 버림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모습임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기도의 본질은 응답이 아니라 관계임도 깨달아야 합니다. 하나님을 움직여 소원을 이루는 도구가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과 동행하는 그 자체가 기도입니다. 기도 응답을 받지 못했을 때 우리는 선물보다 선물 주시는 분에게 시선을 돌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가장 깊은 축복인 하나님과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받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침묵은 우리의 신앙이 성숙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시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시간표는 우리의 시간표와는 다릅니다. '그분의 때'를 신뢰할 수 있을 때, 침묵도 응답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성경은 약속합니다.
“우리가 그분의 뜻에 맞게 무엇이든 구하면, 그분께서 귀를 기울여 들어주신다는 것입니다”
(요한일서 5:14)
*메시지 성경 (유진 피터슨의 일상어 번역)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분명히 귀 기울여 들어주십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답은 항상 'YES"는 아닙니다. 때로는 거절로, 침묵으로, 또 우리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답해주십니다! 우리는 그 뒤에 숨겨진 사랑과 섭리를 하나님이 정하신 가장 완벽한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