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지 않고 이기는 부전승(不戰勝) 노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세계 지도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화염과 비명이 오가는 전장 너머, 정작 이란의 혈맹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은 기이할 정도로 평온하다. 이 고요함은 힘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비겁해서일까.
핀란드의 저명한 동아시아 전문가 테뽀 투르끼(Teppo Turkki)는 이 침묵이 결코 무력함의 증거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지금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고 정교하게, '침묵'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란 공격 직후 형식적인 외교적 우려를 표명했을 뿐, 실질적인 군사적·경제적 맞대응에는 나서지 않았다. 투르끼에 따르면, 이는 철저히 계산된 '긴 호흡의 전략'이다. 표면적으로 이란의 약화는 중국에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라는 숙제를 안기지만, 그 이면에는 더 큰 실리가 숨어 있다.
이란의 공백은 러시아를 향한 드론 공급을 끊어내며 크렘린을 코너로 몰아넣고,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중국에 더 깊이 종속되도록 유도한다.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파고를 지켜보며, 서구권이 중동의 늪에서 자원을 소진하는 동안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힐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투르끼는 중국의 행보는 중국 고전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최고의 승리 “상대가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것(역자 주: 손자병법에 나오는 불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 싸우지 않고도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승리다'라는 구절의 간접 인용인듯)”과 닮아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독자적인 정책이 기존 동맹 체제를 흔드는 사이, 세계는 구심점을 잃고 방황 중이다. 중국은 현 상황에서 굳이 칼을 휘두르지 않고, 미국에서 멀어진 국가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궤도로 끌려 들어오는 '조용한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희토류와 배터리, 핵심 전자 부품이라는 전 세계 공급망의 목줄을 쥐고 있는 중국에 있어, 지금의 혼돈은 천 년의 시간 축에서 기획된 정교한 시나리오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이 침묵의 게임 뒤에는 거대한 위험 또한 도사리고 있다. 투르끼는 이란 시아파 특유의 '순교 서사'가 불러올 폭발력을 경고한다. 물리적 타격은 군사력을 약화시킬 수 있지만, 종교적 상징의 파괴는 더 극단적이고 장기적인 보복의 씨앗을 뿌린다.
서구식 민주주의가 이식되지 못한 자리에 분노와 복수심이 들어설 때, 그 불안정의 과실을 따 먹는 것은 결국 가장 일관된 태도를 견지해 온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가 총성에 귀를 기울일 때, 중국은 소리 없이 영향력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결국 이 전쟁의 끝에서 마지막에 미소 짓는 이는, 총을 든 자가 아니라 침묵을 선택한 자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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