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시내 중심가에서 팻말 든 청년의 용감한 구직기

핀란드 공대생 야스베르의 특별한 취업 도전기

by 어나미

핀란드 헬싱키 도심의 가장 붐비는 교차로.

아침 출근 러시아워가 한창인 수요일, 비니를 눌러쓴 청년 하나가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팻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기계공학과 재학생, 여름 인턴십 구합니다."


야스베르 에릭슨(Jasber Eriksson)은 24세로 메트로폴리아 응용과학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2학년 학생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두 개나 하고 있지만, 전공 관련 첫 인턴일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지원서만 약 60통을 보냈지만 다 퇴짜를 맞았다.


핀란드에는 현재 청년 실업자가 9만 명에 달한다. 같은 자리를 수백 명이 경쟁하는 시대. 아무리 공들인 자기소개서도 여간 눈에 띄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하면 튀어 보일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고 한다.

처음엔 '외곽순환도로 다리 위에 엄청나게 큰 포스터를 붙이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결국 팻말로 낙착했다.


그의 준비는 꼼꼼했다.

팻말 제작에 약 4시간

비 대비 코팅 처리

날씨 예보를 체크해 요일 선택

'금요일은 안 된다 — 주말 사이에 잊힐 수 있다'는 계산까지

팻말을 지탱할 받침대를 위해 쌀 3킬로그램을 넣은 봉지도 준비했다. 가방 속에는 이력서 30장도 복사해서 넣어두었다. "30명은 꼭 달라고 하기를 원했습니다"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도심으로 향하는 긴 시간, 그는 몇 번이나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너무 긴장돼서 그냥 집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하지만 막상 서 있으니 나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응원 어린 미소, 짧은 격려 한마디들을 건네주었습니다.

"저는 사람을 좋아하고, 말 걸기를 즐겨요. 잃을 게 없잖아요. 딱히 부끄럽지도 않아요."


팻말을 든 지 40분쯤 지났을 때, 두 남자가 다가왔다. 한 명은 헬싱키 고용 서비스 담당자였고, 또 한 명은 한 건축자재 제조기업의 이사 하리 헤이스카넨(Harri Heiskanen)씨였다. 헤이스카넨 씨는 이 청년을 주목한 이유에 대해,

"팻말이 깔끔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고, 자신감 있게 중심가에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대화도 바로 잘 풀렸습니다."

두 사람은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헤이스카넨 씨는 그날 임원 회의에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분야 인턴 채용 가능 여부를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야스베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첫 번째 가능성이 생겼어요."

그가 꿈꾸는 직무는 프로젝트 엔지니어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좋아한다고 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야스베르의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용기 있게 다른 걸 시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영감이 됐으면 해요."


출: Salla Rajala, "Insinööriopiskelija Jasber Eriksson tuli Suomen vilkkaimpaan risteykseen hakemaan töitä", Helsingin Sanomat, 2026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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