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가 유럽 수도 중 전기료가 가장 싼 비결은?

핀란드의 전기요금, 한국의 1/3밖에 안돼

by 어나미

핀란드 수도 헬싱키는 유럽 수도 중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수도다. 그 비결은 놀랍게도 '탈탄소'였다.


지난 1월, 핀란드 에너지 산업 단체 (Energiateollisuus)가 흥미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2025년 기준 핀란드의 평균 전기 도매가격은 킬로와트시(kWh) 당 4센트(한화 약 58원)으로, 유럽에서 세 번째로 저렴했으며 특히 헬싱키는 유럽 주요 수도 중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면 전기요금이 올라간다."는 에너지 논쟁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주장이다. 핀란드는 이 주장을 숫자로 반박하고 있다.


15년 만에 뒤집힌 발전 구조

핀란드 전력 구조의 변화는 극적이다. 2010년과 2025년을 나란히 놓으면 거의 다른 나라의 데이터처럼 보인다.


2010년 당시 핀란드에서 석탄, 이탄(토탄), 천연가스가 전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7%였다. 그런데 2025년, 이 수치는 단 2%로 쪼그라들었다. 15년 만에 화석연료 비중이 17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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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화석연료를 밀어낸 것은 무엇인가. 2025년 핀란드 발전 구조를 보면 원자력이 약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뒤를 풍력 28%, 수력 16%, 태양광 1.2%가 잇는다. 풍력 발전량은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원자력이 안정적인 기저 발전을 맡고, 풍력이 빠르게 그 옆을 채우는 구조다.


핀란드 에너지 산업연합 대표 유까 레스켈라(Jukka Leskelä)는 이렇게 말했다.

"저렴한 전기가 넘쳐난다. 이제는 투자할 때다. 다만 정치적으로 먼저 투자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왜 탈탄소가 전기를 '싸게' 만들었나

사람들이 오랫동안 믿어왔던 직관과 반대되는 이 현상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화석연료 발전은 구조적으로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천연가스와 석탄은 국제 시장 가격의 등락을 고스란히 전기요금에 반영한다. 2021~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 전역의 전기요금이 폭등했을 때,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독일·영국·이탈리아가 직격탄을 맞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원자력·수력·풍력은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한번 설비를 갖추면 이후 발전 비용은 극히 낮다. 핀란드가 2022년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유럽에서 가장 싼 전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다.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곧 외부 충격에 덜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과의 비교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MWh당 약 131달러(한화 약 18만 원)로, 핀란드보다 약 3 배 비싸다. 그럼에도 덴마크(518달러), 영국(452달러), 독일(440달러) 등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이 ‘저렴함’은 핀란드와는 성격이 다르다. 시장 가격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가 아니라, 한국전력의 구조적 적자 위에서 유지되는 가격이다. 즉, 시장이 만든 가격이라기보다 정책적으로 억눌린 ‘인위적 저가’에 가깝다.

한국의 2024년 발전 비중을 보면 원자력이 약 32%, LNG(가스) 28%, 석탄 28%, 신재생에너지 11%다. 가스와 석탄을 합친 화석연료 비중이 여전히 56%에 달한다. 특히 석탄 발전이 2017년을 정점으로 줄어든 이후 그 빈자리를 재생에너지가 아닌 가스 발전이 메우는 구조가 고착됐다. 태양광 비중은 더 낮다. 2024년 한국의 화석연료 기반 발전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동안 태양광은 5%에 불과했고, 전체 재생에너지 비중 10%는 전 세계 평균 32%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이처럼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하는 동안 한전의 재무 상황은 악화됐다. 누적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41조 원에 이르렀고, 부채는 200조 원을 넘어섰다. 결국 한국의 싼 전기는 ‘지속 가능한 저렴함’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청구서를 넘기는 저렴함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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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은 비싸다'는 오해

핀란드의 저렴한 전기는 탈탄소 전환의 결과물이다. 연료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고, 국제 에너지 가격에 흔들리지 않으며, 한전 같은 공기업 적자로 가격을 억누를 필요도 없다. 핀란드 에너지 산업단체는 이 가격 수준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한국의 저렴한 전기료 뒤에는 막대한 부채와 에너지 수입 의존도, 그리고 탄소 비용이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가격 구조가 숨어있다.


"탈탄소하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명제는 잘못된 것으로 증명됐다. 이제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탈탄소 전환에는 초기 투자비용이 들지만,

제대로 전환하면 전기는 오히려 싸지고 안정된다."


핀란드가 15년에 걸쳐 증명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출처: "Finlands elpriser är bland de lägsta i Europa, och de förväntas hållas nere" — Svenska Yle, 2026년 1월 21일, 기자 Daniel Björklund

뉴스1(News1), 2024년 11월 14일〈6조 흑자에도 웃지 못하는 한전… ‘200조 빚’에 전기료 인상 불가피〉

자유일보, 2023년 9월 11일〈200조 빚 하루 이자만 131억인데… 벼랑 끝 한전〉

뉴시스(Newsis) — 국제 전기요금 비교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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