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정찬] 낫또

by 온비



사각 플라스틱 용기 안에 옹알옹알 담겨있는 갈색 알맹이들. 아이가 아침으로 먹었던 낫또다.


나에게 낫또는 청국장이다. 올 겨울엔 꼭 청국장을 제대로 띄워 보겠다며 옴팡지게 마음먹은 엄마의 콩들. 보일러가 가장 뜨겁게 뜰 끓는 방구석에 주인을 내쫓고 보기 좋게 자리를 잡았건만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던 그 청국장이다. 우리 엄마 기 좀 살려줘라 하고 콩들에게 보낸 애정과 응원. 추운 겨울 뜨거웠던 콩과의 기억. 기대와 설렘. 기다림과 아쉬움. 그때의 정다운 추억 덕분인지 난 겨울이 제일로 따뜻하다.


식사 대용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덕분에 청국장 대신 낫또를 선호한다. 평소 아삭한 식감만 즐기는 줄 알았던 아이에게 언젠가 낫또를 권한 적이 있었다. 쿰쿰한 향과 맛을 보더니 이내 흡족해하며 먹는다. 길게 늘어나는 것은 콧물 같다며 호로록 입안으로 빨아들인다. 심지어 밥에 비비거나, 밥 위에 올리거나, 다른 것과 곁들이지 않고 오로지 낫또 하나에만 집중한다. 그것을 아이는 "후식 낫또"라 부른다. 짤까 싶어 무어라도 얹어보려 해도 손사래 치며 싫어한다.


식탁에 앉아 옴속옴속 먹는 입을 바라본다. 다 먹었는지 바닥 긁는 소리가 들리는데, 뭔가 잘 안 풀리는 듯싶다. 네모 구석에 콕 들어앉은 알맹이가 빠지지 않는다. 아무리 긁어도 부동인 콩알. 네모 사각에 네 알이 콕콕 박혀 앉아있다. 제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박힌 돌인양 아무리 숟가락으로 꺼내려해도 나올 생각이 없다.


"하나 빠졌다!" 하며 얼른 입 안으로 가져간다.

옴속옴속. 박박. 오물오물. 드륵드륵. 하나 더 빼고 결국 나머지 두 알은 빼지 못한 채 아쉬운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맛있어!"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다.


이렇게 먹는 것 하나서부터 유일무이한 이 생명체가 늘 신기하고, 신비스럽다. 네모 사각에 콕 박힌 알처럼 뱃속에 동그라니 자리 잡고 있던 생명은 내 몸의 일부였다. 언제까지고 그곳에 있을 것만 같던 생명이 떨어져 나왔다. 나에겐 여전히 나의 일부인 것 같은데 아이는 콩알과는 다르다. 내게서 완전히 끝까지 모조리 남기지 않고 독립해 나가는 중이다.


커가는 아이를 보면 좋기도 아쉽기도 하고 때론 슬프고 외로운 마음도 든다. 그럴 때 처음 나에게 와줬던 콩알만큼 작았던 아이를 생각한다. 고집스럽게 숟가락으로 마지막 콩알까지 긁어내려던 아침 식사도 같이 떠올려 본다.


그래 넌 너지! 너만의 알갱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