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별 아래.

by 새벽

그 사람은 아마 나를 잊었을 것만 같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우리의 계절도 몇 번이나 바뀌었다.
예전엔 하루의 끝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던 사이였는데,
이제는 그 이름이 하루를 스치기나 할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게 참 억울했다.
왜 나는 아직도 그때의 장면을 이렇게 또렷하게 기억하는지.
왜 그날의 공기와, 웃던 얼굴과,
괜히 길을 돌아 걷던 저녁까지 선명한지.
혼자만 남겨진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기억이 많다는 게,
괜히 손해 보는 일처럼 느껴지던 날도 있었다.


어쩌면 그 사람은 이미 나를 오래전에 정리했을지도 모른다.
사진을 지우고,
대화창을 비우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계절을 건너갔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면 마음 한편이 조금 시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그 억울함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
그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다.


우리는 분명 그때 그곳에 있었고,
분명히 웃었고,
서툴게나마 진심이었다.
누군가의 기억에서 지워진다고 해서
그 순간까지 거짓이 되는 건 아닐 테니까.


이제는 오히려,

나까지 그 시간을 잊어버리면

그게 더 억울할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기억하려 한다.
나라도 기억하지 않으면
그 예쁜 시간들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사라질 것 같아서.
너무나 예쁜 추억이었으니까.


누구 하나라도 기억하는 작품처럼.




♪ 임한별 <다시, 별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