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만큼 행복해질게요.
나는 눈을 참 좋아한다.
2026년 2월 10일, 부산에 눈이 내렸다.
부산에서 눈은 늘 잠깐이라,
사람들은 괜히 더 호들갑을 떤다.
창밖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고,
쌓이기도 전에 사진부터 찍는다.
나도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봤다.
군에 있을 때에 제설작업을 할 때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힘들어야 할 일이었는데도,
하얗게 쌓인 길을 정리하는 시간이 싫지 않았다.
아무래도 부산에서는 눈이 잘 안 내리고,
보기 힘들었기 때문일까.
눈이 좋아 혼자 삿포로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보는 눈도 마음이 아릴 만큼 예뻤다.
그곳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눈을 맞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아도 되고,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도
정승환의 ‘눈사람’이다.
기다림을 말하는 노래인데,
그때는 그 기다림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몰랐다.
벌써 몇 번째 겨울임에도
기다림만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끝눈이 내린다.
혹시 그대도 보고 있을까?
괜히 마음이 느려진다.
마지막으로 같은 마음이길 바라도 본다.
눈처럼 녹아 없어질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서서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사라질 걸 알기에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다.
이제는 눈이 제법 슬프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