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우리는 살면서 필연적으로 답을 골라야 한다.
어떤 말을 할지, 어떤 선택을 할지, 살아 있는 한 결정을 멈출 수 없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내 선택의 대가는 제법 무거웠다.
베르세르크라는 만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거야.”
나는 지독한 회피형이다. 이전에 교제하던 연인들과도 다툼이 생기거나 갈등이 일어날 것 같으면, 내가 상처받기 싫다는 이유로 먼저 이별을 고하고 도망치곤 했다. 어느 날 이런 문장을 보았다.
‘그때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위로처럼 느껴졌다. 그때의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고 스스로를 이해해보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 문장은 내게 한낱 정신승리에 불과했다.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 뒤에 숨어 책임을 피했고,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가장 쉬운 길로 도망쳤다.
역시나 그 도피처에는 낙원이 아니라 고통만 남아 있었다.
요즘의 나는 잠이 굉장히 늘었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여쭤보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잠을 자는 동안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과 중에는 머리가 터질 것처럼 생각이 많아, 차라리 뇌를 꺼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최근에는 감정이라는 것을 내 인생에서 아예 빼내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한다. 삶이 재미없어지겠지만, 고통 속에서 사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극복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나는 여느 사람들처럼 살아오며 필연적으로 수많은 답과 선택을 해왔다. 높은 확률로 오답이었고, 그 대가는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웠다. 결국 나는 그 무게에 짓눌려, 지금은 이렇게 멈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