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꿈꿨던 둔재

멋진 사람을 표방한 가장 못난 사람

by 새벽

어릴 적부터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언젠가 특별해질 거라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알아볼 만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말하자면,
나는 천재를 꿈꾸던 둔재였다.

노력하지 않아도,
조금만 마음먹으면 뭐든 잘하게 될 거라 믿었다.
스스로를 믿었다기보다,
아직 내가 진짜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작 시작하지 않았다.

공부도, 일도, 사랑도,
적당히 잘하는 척,
적당히 이해하는 척,
적당히 시니컬해 보이려 애쓰면서,

“내가 진짜 마음먹으면 다를 거야.”
라는 말 뒤에 숨어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그냥 노력하지 않는 둔재의 회피였다.

현실을 마주하기엔 자존심이 너무 컸고,
부족함을 인정하기엔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멋진 사람을 표방한 채 살아왔다.

아무 일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사람처럼,

삶을 관조하는 사람처럼,

그럴듯한 태도를 흉내 내면서.

하지만 속으로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흔들리고,
사라진 관계 하나에도 무너지고,
제자리에서 한 발도 못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나는 멋진 사람을 흉내 내기 바빴던 가장 못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노력하지 않으면서
결과를 바라고,
미련을 놓지 못하면서
쿨한 척했고,
아프면서도
아니라고 우겼다.

그리고 결국
나는 내가 견딜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무게에
짓눌려버렸다.

요즘 들어 조금씩 인정하게 되는 게 있다.

나는 천재도 아니고,
멋진 사람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불완전함 속에서
어렵사리 하루를 버티는 사람이라는 것.

그걸 인정하는 게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아마 그게 무서웠던 거겠지.
평범한 나로 남을까 봐.
내가 그토록 꿈꾸던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할까 봐.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이렇게 적어둔다.

천재를 꿈꿨던 노력하지 않는 둔재.
멋진 사람을 표방한 가장 못난 사람.

그리고 그 말의 끝에
아주 작은 바람 하나를 붙인다.

언젠가는
조금 덜 둔하고,
조금 덜 못난 사람이 되기를.

그래서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고도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