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확장하는 크레셴도

ON AIR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임윤찬⨯메켈레

by 조윤미

Chapter 4. '확장하는 크레셴도'


2026년 3월 11일, 파리.

음악은 피아노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단단했다. 아니, ‘크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소리는 두꺼웠고, 겹쳐 있었고, 밀려왔다.

클라우스 메켈레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드 파리는 처음부터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처럼 울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이 밀도 속에서, 피아노는 어떻게 공간을 만드는가.’

나는 그 답을, 임윤찬의 첫소리를 기다리며 듣고 있었다.


ON AIR


조윤미: 안녕하세요, 조윤미의 크레셴도, 피아니스트 조윤미입니다.

2026년 3월 11일, 파리에서 있었던 무대입니다.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클라우스 메켈레 지휘,

오케스트라 드 파리와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죠.

그런데 저는 이번 연주에서 조금 다른 것이 먼저 들렸습니다.

보통 협주곡을 들으면 피아노에 귀가 먼저 가기 마련인데요.

이날은 오케스트라의 밀도가 음악의 문을 아주 단단하게 열고 있었습니다.

그 밀도 속에서 과연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음악은 어떤 자리로 우리를 데려다줄까요.

궁금하시죠?

오늘은 바로 그 순간을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방구석 1열에서 함께 듣는 시간, 오늘도 <조윤미의 크레셴도>, 시작합니다.


https://youtube.com/shorts/tH3dD4VlBX4?si=xcA3fS7BzsuQDvGW

� 2026년 3월 11일 — 파리, 오케스트라 드 파리 / 지휘 클라우스 메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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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미: 저는 파리 공연의 음원을 듣자마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와, 오케스트라 소리가 이렇게 거대하게 들리는 경우는 처음이네.”

굉장히 단단했는데 그 표현으로는 부족해요.

수현: 맞아요.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되게 큰 무언가 두꺼운 소리였거든요!

지훈: 저는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두껍다”, “크다” 이런 느낌은 알겠는데, 그게 정확히 뭐가 다른 건지 잘 모르겠거든요.

조윤미: 지금 지훈 씨가 얘기해 주신 부분이 사실 이 연주의 핵심으로 바로 들어가는 질문이에요.

“두껍다”, “크다”...

이걸 우리가 그냥 느낌으로만 들으면요, 사실 중요한 걸 놓치게 됩니다.


민애: 어떤 사실인데요?


조윤미: 하하 궁금하시죠?

악보를 보시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차차 이야기를 풀어가 볼게요.


� 1악장 제1 주제

https://youtu.be/pWAKg8 hHxnM? si=zj07 JwC0 JBFxla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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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미: 모두들 아시는 대로 이 악보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그 첫 시작을 나타내고 있어요.

저는 메켈레 지휘자와의 조합에서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과연 이 부분을 어떻게 시작할까! 정말 많이 궁금했었거든요.


수현: 맞아요. 이 첫 시작은 연주자들마다 많은 해석들이 존재하니까요.


조윤미: 그렇죠.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2025년 마린 알솝과의 협연에서 이 부분에 상당히 빠른 템포로 진입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2026년 3월 메켈레 지휘자와의 협연 연주에서는 상당히 안정적인 템포 속에 시작이 되었어요.

그런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 단순히 템포의 변화보다는 이 첫 화음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었어요.


민애: 방식이요?


조윤미: 네. 같은 화음인데도 이걸 “친다”는 느낌이 아니라,

울림을 먼저 만들고, 그 위에 소리를 얹는 방식으로 들렸습니다.

아마도 파리 연주 홀의 울림을 고려해서 그렇게 접근하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훈: 아, 이해됐어요! 마치 좁은 방에서 빨리 걷는 게 아니라, 광활한 성당 천장까지 소리가 닿기를 기다렸다가 다음 발을 떼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군요?


조윤미: 맞아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예요.

만약 여기서 빠르게 몰아쳤다면, 앞선 소리의 잔향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다음 소리가 엉켜버렸을 거예요.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그 잔향이 홀의 가장 높은 곳까지 닿아 충분히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준' 거죠.

그건 단순한 여백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밀도를 뚫고 나갈 '피아노만의 공간층'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었을까요?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밀도를 뚫고 나갈 '피아노만의 공간층’


� 1악장 밀도 높은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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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미: 바로 여기예요. 악보를 한번 보세요. 제가 처음 음원을 듣고 '오케스트라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피아노가 설 자리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지점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수현: (악보를 보며) 아, 위쪽 오케스트라 파트에 줄이 길게 그어져 있네요?


조윤미: 맞아요. 제가 만약 이 무대의 협연자였다면, 아마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혔을지도 몰라요. 마치 거대한 해일이 나를 덮쳐오는 기분이거든요.

하지만 임윤찬 피아니스트와 지휘자 메켈레와 템포에 대해 모든 의견을 모았지요.

그리고 정말 거침없이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나아갔어요!

얼마나 신나던지요.


� 피아노 공간의 추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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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미: 이 부분은 오케스트라가 깔아준 두터운 카펫 위에서 피아노가 ‘리듬’이라는 엔진을 달고 본격적으로 질주하는 장면이죠. 저는 이 부분의 임윤찬 피아니스트 연주를 들을 때 무릎을 탁! 쳤어요!

‘그렇지. 이거지!’


민애: 왜요?


조윤미: 바로 이 리듬의 '결' 때문이에요. 악보를 보세요.

왼손이 끊임없이 셋잇단음표로 파동을 만들고 있죠? 이게 바로 음악을 앞으로 밀어내는 엔진이거든요.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이 엔진에 시동을 걸더니, 주저함 없이 아주 거침없고 명료한 추진력을 보여줬어요.


지훈: 오... 듣다 보니 정말 리듬이 살아 움직이는 기분이에요. 그런데 '추진력'이라면 그냥 빨리 치는 거랑은 다른 건가요?


조윤미: 중요한 질문이에요! 단순히 손가락만 빨리 움직이면 소리가 뭉개지거나 가벼워지기 쉽거든요.

하지만 임윤찬은 선율 하나하나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화살표 메모처럼 '거침없는 흐름'을 유지해요.

소리가 바닥에 머물지 않고 다음 마디, 그다음 마디로 계속해서 튀어 오르는 듯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거죠.


수현: 맞아요! 마치 파도를 타는 것처럼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가슴을 뻥 뚫어주는 느낌이었어요.


조윤미: 그렇죠. 협연자로서 이 부분을 칠 때 가장 짜릿한 게 바로 그 지점이에요.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함선을 피아노라는 강력한 모터가 앞에서 끌고 나가는 기분.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메켈레의 오케스트라 드 파리라는 거함을 완벽하게 리드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이 광활한 음악적 대지를 질주하고 있었던 겁니다.


민애: 설명을 들으니 계속해서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음악이 궁금해지네요.

조윤미: 여러분은 이 질주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나요? 계속해서 보시죠.


�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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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미: 여러분, 여기가 바로 이번 여정의 절정입니다.


지훈: 와... 정말 압도적이네요. 피아노 화음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 같아요!


조윤미: 맞아요. 그런데 여기서 임윤찬의 진짜 진가가 드러납니다.

보통 이 대목에서 감정이 격해지면 페달을 깊게 밟아 소리를 크게만 만들려고 하거든요. 그러면 소리가 진흙탕처럼 섞여버리기 쉬워요. 제가 그렇게 자주 실수를 하곤 하죠. 하하


수현: 아, 그래서 선생님이 메모하신 '정교한 페달'이 중요한 거군요?

조윤미: 바로 그거예요! 임윤찬은 화음 하나하나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게 아주 예민하게 페달을 조절합니다.

메모에 제가 적었듯, '음과 음 사이의 공간감'을 끝까지 지켜내요.

덕분에 소리가 옆으로 퍼져서 뭉개지는 게 아니라, 위로 층층이 쌓여 올라가며 거대한 소리의 성벽을 쌓아 올리죠.


수현: 소리가 뭉개지지 않으니까, 오히려 그 거대한 음량 속에서도 찬란한 빛이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조윤미: 그렇죠. 오케스트라가 대지를 단단히 울리면, 그 위로 피아노가 층층이 쌓아 올린 투명하고도 단단한 건축물...

저는 이 파리 공연의 절정에서 단순한 소리의 크레셴도가 아니라, '공간의 크레셴도'를 봤습니다.

좁은 방에서 시작된 음악이 성당을 넘어, 이제는 우주적인 크기로 확장되는 순간인 거죠.


� 3악장 공간의 주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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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미: 3악장의 시작은 ‘그야말로 '공간의 주도권'이 피아노에게 완전히 넘어오는 순간이다.’란 생각을 했어요,

3악장에서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깃발을 꽂고 영토를 확장하는 느낌입니다.

3악장이 시작되자마자 저는 숨을 들이켰어요.

이건 단순한 시작이 아니라,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공간 장악 선언'이었거든요.

지훈: 우와, 악보를 보니까 음표들이 정말 폭포수처럼 쏟아지네요!


조윤미: 맞아요. 여기 메모를 보세요. '피아노 소리의 폭발적 추진력'.

1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문을 열어줬다면, 3악장에서는 피아노가 그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는 기분이에요. (웃음) 저 거침없는 아르페지오를 보세요.

건반의 끝에서 끝까지 휘저으며 음향의 영토를 순식간에 넓혀버리죠.


민애: 정말 압도적이에요.


조윤미: 그렇죠.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여기서 주저함이 전혀 없어요. '압도적인 음향'으로 파리 필하모니의 모든 공기 분자를 피아노의 진동으로 바꿔버리는 것 같아요.

수현: 그래서 '공간 장악'이라는 표현을 쓰신 거군요.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라, 제가 그 소리 안에 갇히는 기분이에요.


조윤미: 그렇죠. 소리가 단순히 전달되는 게 아니라 공간 전체를 덮어버리는 힘, 그게 바로 이번 파리 공연의 백미입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건 그다음이에요. 뜨겁게 달궈진 에너지를 순식간에 '차가운 지성'으로 바꿔버리거든요. 여기 악보를 보세요.


� 고난도 테크닉- ‘차가운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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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오, 아까와는 분위기가 정말 달라요! 음표들이 아주 작고 촘촘하게 박혀 있네요?

조윤미: 맞아요. 메모에 제가 적었듯, 이 부분의 핵심은 '정교한 리듬의 통제'와 '투명한 음색'이에요.

템포는 굉장히 빠른데, 소리가 전혀 엉키지 않죠.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마치 얼음 위를 달리는 스케이트 날처럼 아주 날카롭고 매끄럽게 지나갑니다.


수현: 정말요! 소리가 뭉개지지 않고 하나하나 유리알처럼 굴러가는 기분이에요.

조윤미: 바로 그겁니다. 자칫하면 서두르다 리듬이 깨지기 쉬운 구간인데, 그는 완벽하게 템포를 지배하면서도 소리의 투명도를 놓치지 않아요.

관악기들과 불꽃 튀게 주고받는 이 정교한 대화를 듣고 있으면, '이게 바로 현대적인 라흐마니노프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죠.

'이게 바로 현대적인 라흐마니노프구나’


� 드디어 예상했던 부분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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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미: (흥분된 목소리로) 여러분, 드디어 나왔어요!

제가 이 연주를 듣기 전부터 '분명히 임윤찬은 이 대목에서 이렇게 할 거야'라고 확신하며 기다렸던 포인트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딱! 여기서 제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지훈: 오, 선생님을 무릎 치게 만든 그 포인트가 뭔가요?


조윤미: 여기 악보의 붉은 선을 보세요. 오른손은 아주 서정적인 멜로디를 노래하고 있지만, 임윤찬의 왼손은 '내성'을 아주 뚜렷하게 강조하고 있어요.


수현: 아... 그래서 소리가 훨씬 입체적으로 들렸던 거군요! 멜로디가 공중에 붕 뜨지 않고 바닥에 착 붙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조윤미: 정확해요. 자칫하면 감상에만 젖기 쉬운 서정적인 대목인데, 그는 왼손의 내성 강조를 통해 음악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합니다.

이게 바로 제가 임윤찬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신뢰하는 이유예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악보의 본질적인 구조를 꿰뚫어 보는 힘이죠.


� 화룡점정- 임윤찬 피아니스트만이 가진 전매특허와 같은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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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미: (깊은숨을 몰아쉬며) 자, 여러분. 이제 제가 이번 연주에서 가장 전율했던, 임윤찬 피아니스트만의 독보적인 매력을 공개할 시간입니다.

바로 이 지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 템포의 진입'이에요.

지훈: 오, 아까 3악장 시작보다 더 강렬한가요?


조윤미: 차원이 달라요. 여기 악보를 보세요. ritard.로 음악이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다가, Allegro scherzando가 시작되자마자 템포가 무시무시하게 치고 나갑니다.

보통의 연주자들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다면, 임윤찬은 그 문을 부수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느낌이죠.


민애: 와, 악보에 적힌 주황색 글씨처럼 정말 'p에서 ff로 치닫는 계단식 변화'가 눈에 띄네요!


조윤미: 맞아요! 그게 핵심이에요.

단순히 빨리 치는 게 아니라, 아주 정교하게 에너지를 층층이 쌓아 올리면서 ff까지 단숨에 도달해요.

이 속도와 이 다이내믹 속에서도 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정교한 아티클레이션(음을 어떻게 시작하고, 유지하며, 다음 음과 연결하거나 분리하는지를 결정하는 연주 방식)'을 듣고 있으면, 정말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죠.

수현: 듣는 저도 숨이 가빠질 정도예요. 오케스트라도 당황했을 것 같은데요? 하하


조윤미: 하하, 메켈레와 오케스트라도 아마 임윤찬이 뿜어내는 이 무시무시한 장악력에 기꺼이 몸을 실었을 거예요.

이 정도의 추진력은 어떤 피아니스트에게서도 본 적이 없거든요.

공간을 장악하는 것을 넘어, 시간의 흐름까지 본인의 의지대로 뒤흔드는 임윤찬식 크레셴도의 정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조윤미: (잠시 침묵 후 낮은 목소리로)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함께한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는 단순히 '빠르고 화려한' 연주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밀도인 오케스트라 (세상) 앞에서,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공간을 기필코 확보해 내는 한 예술가의 당당한 마음이었죠.

소리가 뭉개지지 않도록 정교하게 스스로를 통제하면서도, 결코 멈추지 않고 전진할 때 비로소 음악은 공간을 장악하고 '크레셴도'가 됩니다.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어떤 속도로 흐르고 있나요?

남들이 정해준 박자가 아니라, 여러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그 '압도적인 추진력'으로 여러분의 공간을 멋지게 장악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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