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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Oct 11. 2023

부모의 사랑과 책임 : 각자의 고난과 표현(1)

  

오늘 저녁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밤이다. 내 몸 안에 느껴지는 마음의 고통과 아픔의 통증이 시간이 지나도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같다.   

  



통증의 고통이 어떤 것일까? 아픔의 통증은 각자가 다르게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소리를 지르면서 호소하는 사람, 옆에 누구든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사람, 아픈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 등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한다.     


나는 아픈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면회도 아플 때는 피한다. 지난 10년간 죽음이 무엇인지 느낀 적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하지만 그때의 고통은 의료진 외에 내 주위 사람이 본 적은 수술 끝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특히 자식들은 절대로 보지 못하게 했다. 집에서 갑자기 통증이 오면 남편을 불러 병원가서 응급처치를 한다. 자식에게만은 나의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어린 자녀들은 부모가 아프면 자신들이 잘못해서 부모가 아프다고 생각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내 자식들에게 이런 감정을 갖고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죽음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해 왔었다. 죽고 싶은 적도 많았고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해봤었다.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죽을 각오로 살면 못 할 일이 없다라는 말도 있듯이 자살로 죽는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어려울 적엔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가 계신 저녁 시간이 되면 집에 들어가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여러 번 커터 칼로 손등을 그어보기도 했었지만, 어린 마음에 피를 보면 무서워서 포기하고 말았다. 가장 좋은 나이인 20에는 나에 대한 자아가 없었다. 모든 의욕이 없었다. 이때도 산에 올라가기도 해보고 높은 건물 옥상에도 올라갔었다. 그 많은 시도에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있다. 그만큼 자살로 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잘 안다.     



결혼하고는 시댁 식구와 기대했던 남편의 모습이 아닌 것을 보고 좌절하며 죽고 싶었다하지만 이때는 자식이 있었다. 이쁜 아이들이 생긴 이후부터는 아무리 힘들어도 죽고 싶어도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다. 내가 없으면 내 자식들은 고아가 된다고아보다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내가 이혼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에게 아빠 없는 자식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들이 배 속에 있을 때 남편과 사이가 무척 안 좋았다정말 남편을 죽이고 싶었다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 가졌었다.

      



항상 건강하지 못했던 나는 노산이라 임신 내내 신경을 써야 했었다. 7개월이 접어들면서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충격으로 남편의 막말과 시댁 식구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남편은 다 내 탓으로 돌렸다. 우리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거기다 학원 겨울방학 특강까지 겹쳐 몸도 챙길 수가 없었다.     

 

나의 모든 스트레스가 배 속의 아이에게로 모두 전이가 되었다배 속의 아이는 7개월 조금 지났을 뿐인데 위험신호를 보내왔다. 특강 끝나는 날 3일만 쉴 계획으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1달 넘게 입원해서 출산까지 하고 퇴원했다.      


이때 나의 모든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갈까봐 무서웠었다배 속의 아이가 나의 모든 화를 가지고 이상한 성격으로 태어날 것 같아 겁이 났었다. 화가 날 때마다 부정직인 감정에 휩싸여 있다가도 나의 배를 보고 놀란 나는 배를 만지면서 “걱정하지 마아가야엄마는 절대로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 거야엄마 아빠가 헤어져도 우리 아가는 엄마가 꼭 지켜줄 거야내 아들 걱정하지 마!”라며 울면서 수도 없이 이야기했었다.     


이처럼 부모는 절대로 자식을 놓고 죽을 수 없는 존재이다. 자식이 있는 부모는 나쁜 생각을 긍정으로 바꾸는 힘이 있어야 한다. 알면서 절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도 안 된다. 나의 잘못이 내 자식에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들을 놓고 자살했을 때는 어떤 마음이겠는가자살 과정의 고통은 얼마나 크고 무서웠을까? 어제 한 요양병원 원장이 자금압박으로 자신의 병원 원장실에서 목매달아 자살했다초등학생 두 딸을 둔 아빠가 자살했을 때는 어떤 마음일까나는 자식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 환자가 많아지면서 몇 년 사이에 암 요양병원의 증가추세가 가파르다. 새로운 병원들은 좀 더 좋은 시설과 더 나은 조건들을 내세우며 환자 유치에 집중한다. 기존의 병원들은 아무리 해도 새로 생긴 곳의 시설이나 프로모션을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다.   

   



2달 전부터 그 병원장은 병원의 벽지와 도배를 친환경으로 새로 하고, 환자복도 교체했다. 환자들 침상도 편백 나무 프레임과 좋은 매트리스로 바꾸었다고 했다. 1층 로비의 테이블과 의자도 고급스럽게 꾸몄다. 3주 전에 입원하기 위해 간 나는 모든 시설이 마음에 들었다지난 10년간 가본 곳 중에 최고로 좋았다산책할 수 있는 운동장도 넓었고 산도 연결되어 산길을 돌고 오는 것도 행복했었다  

   

음식 또한 최고였다그래도 여자들만 있어서 그런지 여러 항암 환자의 불평이 끊임없었다고 했다내가 있는 2층 사람들이 나에게 보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모였을 때, 여기 요양병원은 식사도 최고, 시설과 주위 환경도 최고라며 병원에 대한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다. 그 이후로 2층에서는 불만이 없다며 몇몇 선생님들이 나에게 감사했었다. 사실을 말한 거였지만, 지금까지 불만만 많았지, 칭찬이 없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원장님은 영양사에게 불러 시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불만인 환자에 대화하게 되면 웃으면서 “집에서는 얼마나 잘 먹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식단으로 식사하려면, 음식 만드는 가정부 2명을 써도 힘들 겁니다. 우리 집이 가난해서 그런진 몰라도 최고입니다.”라고 말했었다.    

  



모든 면에서 나에게는 최상의 병원이었다밤에 잠 또한 다른 병원보다 잘 잤었다매일매일 감사했었다여기서 1월까지 쉬면서 몸도 만들고 글쓰기와 책 읽기를 하면서 미래에 아이들과 할 일을 구상하려고 했었다.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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